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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재단이 건의할 '특별법' 현실화될 수 있을까

입력
2024.08.14 11:30
수정
2024.08.1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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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계엄군의 집단발포로 숨진 조사천씨의 아들 천호(당시 만 5세)가 합동장례식에서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계엄군의 집단발포로 숨진 조사천씨의 아들 천호(당시 만 5세)가 합동장례식에서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독재 정권이 '광주 사태'로 부르던 5·18이 '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정당성을 인정받게 된 계기는 1995년 12월 국회가 제정한 '12·12군사반란 및 5·18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특별법'의 제정이다. 이 법에 따라 이듬해 1월 전두환 전 대통령 등 5·18 핵심 관련자 8명이 기소됐고, 5·18 피해자들에 대한 특별재심 절차가 마련됐다. 1997년 4월,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내란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각각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 징역 17년과 추징금 2,628억 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5·18을 둘러싼 왜곡과 폄훼는 끊이질 않았다. 단순히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넘어, 잘못된 역사인식 전파와 국론 분열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2021년엔 이 법에 허위사실 유포죄 처벌 조항이 신설됐다.

이후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탄흔이나, '발포명령 하달'이 표기된 광주 주둔 505 보안부대 문서가 발견되는 등 5·18을 둘러싼 새로운 의혹이 발견됐다. 2017년 8월 5·18민주화운동 헬기사격 및 전투기 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가 설치됐고, 이듬해인 2018년 3월에는 5·18과 관련해 은폐된 진실 규명을 위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기존 특별법안들이 왜곡과 폄훼를 막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 핵심이었다면 5·18기념재단이 이번 국회에 제안할 특별법안은 전두환, 노태우 등 신군부 비자금 회수 요구가 특징이다. 마침 최근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은닉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자금 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단이 건의한 특별법 개정안에는 신군부 세력의 비자금을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현행법은 공소시효가 완료되거나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 부정 축재 재산이라고 하더라도 몰수·추징할 수 있는 근거가 없지만 이 법안에는 신군부 집권 시기 개인의 영달을 위해 협조한 세력을 조사하고, 이를 통해 부정 축재한 비자금 등 재산을 환수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해당 법률은 과거에 이미 완성된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해 제·개정된 법률을 소급해 적용하는 입법하는 형태라 위헌 논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민적 요청에 의해 진정소급입법을 필요성을 통해 위헌 논쟁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진정소급입법이지만 합헌이었던 2008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두환, 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을 미화하는 공간과 시설을 철거하고 새로운 설치를 금지하는 조항도 담겼다. 또한 지난 6월 활동이 종료된 5·18진조위의 후속 조사를 위한 관리 시스템과 행불자, 암매장지 확인 등 미해결 과제 조사를 위한 기금 조성 등이 담겼다.

다만 5·18기념재단 제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전두환 전 대통령 은닉 재산 추징을 골자로 한 이른바 전두환 추징 3법이 2020년 6월 발의됐으나,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법안소위에 묶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신군부 미화 청산 문제는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제강점기 식민 통치, 5·18민주화운동 등 역사 왜곡을 금지하는 법안도 과거 국회에서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이런 논란 탓에 결국 현실화되지 못했다.


광주=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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