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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명산성'이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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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서 나오는 ‘재명산성’ 조어가 심상치 않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친윤, 검경이 둘러싼 ‘석열산성’에 빗대 불통을 비판했다. 그 소통 부재의 화살이 민주당 안으로 향하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가 훨씬 심한데 어찌 용산을 비판하겠냐고도 한다. ‘여의도 대통령’의 불통은 새삼스럽지 않지만 그 정도가 당의 위기로 치달을 만큼 심각하다. 민주당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처럼 싸늘한 숫자에서 맴도는 연유가 다른 데 있지 않다.
여론의 오해라면 다행이나 지금 행보는 오히려 이를 털어내기보다 축적하고 있다. 재명산성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고층 아파트처럼 높아졌다. 이 전 대표는 ‘어대명’ ‘구대명’을 재차 확인하고 있고, 친명인사들은 주요 위원장에 속속 오르고 있다. 소위 ‘개딸’을 위한 당원 참여 강화를 비롯해 당 강령에도 이재명 색채가 진해지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친명 혁신회의는 최대 계파가 되어 사실상 전국 조직을 장악하고 있다. 김두관 후보의 말처럼 군사정권의 군 사조직 ‘하나회’를 연상시킬 정도인데, 하나의 계파가 전국 조직을 압도한 것은 민주당에 없던 일이다. 정치적 야심을 달성하려고 과거 권위주의 정치까지 차용하는 데서는 이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실제로 전대에 앞서 혁신회의 인사가 일정 지지율 보장을 전제로 출마 권유를 했다는 증언까지 있다. 이 전 대표의 일극 체제를 용인해줄 들러리 후보를 찾았다는 것은 섬뜩한 일이다.
더 놀라운 것은 최고위원 후보들까지 ‘이재명 팔이’만 하고 자기 이야기는 하지 않는 데 있다. 여당 전대에도 등장한 ‘독립군’의 쓴소리 하나 없이 오로지 이재명 얘기뿐이다. 힘의 무서움만 드러내는 이런 전대가 민주주의 정당, 전통적 민주당의 모습일 리 없다. 누와르 영화에서 볼 법한 생경한 장면을 새로운 문법의 정치라고 볼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재명’을 향해 바짝 군기가 잡힌 민주당을 향해, 당의 원로는 한마디로 불한당 같다고 개탄했다.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세력에 포획된 민주당, 사당화된 민주당이란 비판이 여당의 공세만이 아닌 것이다. 친명, 혁신회의, 개딸들로 에워싼 재명산성은 만약의 사법 리스크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배제의 정치인 점에서 승부수일 수 있으나 무리수인 것만은 분명하다. 적어도 용산을 비판하고 견제할 동력은 떨어지고 정치 실종은 가속될 수밖에 없다.
역대 정치 지도자 가운데 독선 비판에서 자유로운 이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유일할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하고만 대화했다고 할 만큼 소통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소통에 서툰 이유는 자신이 없거나 피해의식이 크기 때문이다. 산전수전 겪으며 그 자리에 올랐다는 자기확신도 클 것이다. 하지만 주변 싫은 말을 피하다 보면 내부 추종자들만 만나게 되는데 이 전 대표 역시 당 중진이 아닌 비서진 위주로 소통한다고 한다.
이런 경우 타당한 사회적 요구에 응하기보다 자기만의 정책에 매달리게 된다. 이 전 대표가 종부세 금투세 등에서 당론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만 해도 벌써 여당에 발목이 잡혔다. 결국 민주당 지지층은 배신당했다고, 반대 진영에선 굴복시켰다고 하는 배신과 굴복의 이중주가 될 공산이 크다.
비판을 수용하는 열린사회나, 공정한 세상을 지향하는 정의관이 아닐지라도 소통과 합의로 이끈다는 것은 이 시대의 공의에 속한다. DJ가 79석을 가지고 정권교체에 성공한 배경이 어디에 있겠나. 그렇게 민심이 흉흉했던 MB정부 때도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의석 숫자가 아니라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 게 아니라면 지금의 171석이라도 원하는 무엇을 할 수는 없다. 윤 대통령이 가장 잘한 일이 ‘이재명 대통령’ 막은 것이란 보수진영 지적이 유효하다면 그 책임은 다른 데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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