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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꿈 아니죠?” 우상 뛰어넘은 박태준...실력도, 매너도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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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태권도의 내로라하는 간판들도 못했던 올림픽 남자 58㎏급 ‘금빛 발차기’를 샛별 박태준(20·경희대)이 해냈다. 프랑스 홈 팬들의 전폭적인 응원을 받은 상대도, 세계 랭킹 1위도 적수가 안 됐다.
목에 건 금메달만큼 품격도 반짝 빛났다. 결승전 도중 다리를 다친 상대의 상태를 먼저 살폈고, 시상대에 오갈 때는 직접 부축했다. 승패보다 더 중요한 ‘올림픽 정신’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박태준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태권도 58㎏급 결승전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에게 기권승을 거두며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3년 전 도쿄 올림픽 당시 겪은 한국 태권도의 ‘노골드’ 수모를 씻어낸 박태준은 이 체급 최초 금메달리스트라는 이정표도 세웠다. 아울러 2008 베이징 대회 손태진(68㎏급), 차동민(80㎏ 초과급) 이후 16년 만에 남자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태권도 종목 첫 주자 박태준이 한국 선수단에 12번째 금메달을 선사하면서 한국은 역대 최고 원정 올림픽 성적에 근접했다. 이제 1개만 보태면 2008 베이징 대회와 2012 런던 대회에서 달성한 최다 금메달(13개)과 동률을 이룬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친구 따라 도장에 가서 태권도를 접한 박태준은 3학년 때 겨루기를 처음 해보고 매력을 느껴 이듬해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4학년 당시 이대훈과 찍은 사진을 아직도 갖고 있다는 박태준은 이대훈의 후배가 되고 싶어 한성고로 진학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키가 170㎝ 정도였지만 이후 180㎝까지 자라면서 실력도 부쩍 늘었다.
2022년 국제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해 그해 맨체스터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했고, 2023년 바쿠 세계선수권대회도 제패했다. 올해 2월에는 올림픽 티켓이 걸린 국내 선발전에서 6전 전패를 당했던 한국 태권도 간판 장준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 번도 넘어보지 못했던 벽을 넘은 박태준은 올림픽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준비한 기술을 겁 없이 잘 펼쳐 애국가를 울리겠다”는 다짐대로 장점인 다양한 발차기 기술로 상대를 잇달아 제압했다. 앞서 한국 태권도 에이스 계보를 이어간 이대훈, 장준은 세계 최고 실력을 갖추고도 올림픽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금메달을 놓쳤다. 이런 선배들의 금메달 한을 박태준이 파리에서 제대로 풀었다.
처음 나간 올림픽에서 우상 이대훈을 뛰어넘은 박태준은 시상식을 마친 뒤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이거 꿈 아니죠”라고 취재진에게 묻고선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올림픽 금메달은 모든 스포츠인의 꿈인데, 이룰 수 있어 뜻깊고 영광스럽다”며 “20년 동안 금메달을 위해 살았다. 내 운동 생활이 압축된 메달”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대훈이 갖지 못했던 올림픽 금메달을 품에 안은 박태훈은 “한성고에 올림픽 태권도 메달이 은메달과 동메달밖에 없었는데, 이제 금메달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이대훈의 올림픽 최고 성적은 2012 런던 대회 은메달이다. 후배의 금메달 소식에 이대훈은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클 줄은 몰랐다”고 뿌듯해했다.
박태준은 경기 후 매너도 돋보였다.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다음 기뻐하기보다는 부상 때문에 기권을 선언한 뒤 고통스러워하는 상대 마고메도프에게 달려가 한동안 상태를 살폈다. 안정을 찾은 마고메도프가 매트를 떠난 뒤에야 태극기를 들며 활짝 웃었고, 공중돌기 세리머니도 선보였다. 메달 시상식 때는 마고메도프가 박태준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입장했다. 퇴장할 땐 박태준이 어깨로 직접 부축했다.
결승전 막판에 통증을 호소하던 상대를 끝까지 공격한 것도 예의를 다하기 위해서였다. 박태준은 “상대가 포기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배웠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불필요한 오해도 없었다고 한다. 박태준은 “미안하다고 얘기했는데, 그 선수도 경기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괜찮다고 해서 잘 마무리됐다”며 “서로 격려하고 부축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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