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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어 집값 자극한 정부, 뒷북 공급확대로 수요 잡히겠나

입력
2024.08.09 00:10
23면

박상우(왼쪽부터) 국토교통부 장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갖고 있다. 뉴스1

박상우(왼쪽부터) 국토교통부 장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갖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어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놨다. 서울과 인근 그린벨트에서 신규 택지 8만 호를 발굴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공 신축매입을 통해 11만 호+α를 전월세로 무제한 공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재건축·재개발촉진법을 제정, 서울과 1기 신도시에서 17만 호 이상의 조기 착공도 추진키로 했다. 이렇게 향후 6년간 수도권에 총 42만 호+α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이번 주에도 0.26% 올라 2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포동의 전용 84㎡ 아파트가 49억8,000만 원에 거래되는 등 신고가도 속출하고 있다. 한 무순위 줍줍 청약에 294만 명이 몰렸다. 인허가와 착공 물량까지 줄면서 집값이 또 급등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큰 때 정부가 충분한 공급계획 발표로 가수요를 잠재우는 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린벨트 규제를 풀어 택지를 조성한 뒤 아파트를 지어 입주할 때까진 빨라도 10년은 걸린다. 당장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할 그린벨트를 택지로 훼손하는 게 과연 타당한지도 논란이다. 공공 신축매입도 빌라와 연립 전월세 시장엔 긍정적이지만 전세사기 사태 후 아파트 선호 쏠림을 감안하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정비사업 촉진법도 여소야대 국면에선 불확실성이 크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은 공급 측면만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 자금을 통해 주택 수요를 자극해 온 정부가 이에 대한 반성이나 수정 없이 이제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당초 7월 예정이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마저 연기, 집값에 기름을 부은 것도 정부다.

한쪽에선 돈을 풀면서 다른 쪽에선 집값을 잡겠다고 하면 정책이 성공할 리 없다. 더구나 정부는 부동산 관련 세금도 줄이고, 조기 금리인하까지 압박하고 있다. 집을 사라고 부추긴다는 오해를 살 만하다. 진심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생각이면 이런 모순된 정책부터 조정하는 게 순서다.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를 함께 아우르는 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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