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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문도에서 바라본 동북아 안보

입력
2024.08.12 00:00
수정
2024.08.12 09:56
22면

동북아 안보의 미래 담은 대만 금문도
냉전에도 양안 경제협력 분위기 공존
미중 대립 속 미래 남북관계의 가늠자

금문 공항. ⓒ게티이미지뱅크

금문 공항. ⓒ게티이미지뱅크

군민동심(軍民同心)이다. 공항 펜스에 게시되어 있는 구호는 과거 군과 민이 같은 마음이었다는 금문도의 치열한 역사를 상징한다. 타이베이 송산 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330㎞ 거리의 금문도(金門島, 진먼다오)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50분이었다. 금문도는 대만 영토이지만, 본토와는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했다. 반면 중국 본토 샤먼(廈門)과는 2㎞ 거리로, 배로 10분 거리다.

울릉도의 2배 크기인 금문도는 동북아시아 냉전의 현장이었다. 1958년 8월 23일부터 100일 동안 중국 마오쩌둥 군과 대만의 장제스 군대는 전대미문의 금문 포격전을 전개했다. 중국군 21만5,000명, 대만군 9만2,000명이 죽기 살기로 싸웠다. 중국군은 48만 발 이상의 포탄을 퍼부었으나 미군의 155미리 견인포로 무장한 대만군은 화강암 지하 벙커에서 버티어 냈다. 금문도 좁은 땅에 떨어진 포탄이 평당 3발이고, 포격으로 인하여 금문도의 고도가 2m 낮아졌다.

군사 요새로 사용되던 자이산(翟山) 터널이 지금은 금문도의 주요 관광지로 개방되었다. 현재 금문도에서 전쟁의 흔적은 모두 관광상품으로 만날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군사 요새로 사용되던 자이산(翟山) 터널이 지금은 금문도의 주요 관광지로 개방되었다. 현재 금문도에서 전쟁의 흔적은 모두 관광상품으로 만날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만군은 지하에 진지를 구축하고 주민 4만 명이 거주하는 10㎞ 길이의 땅굴을 팠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합참은 백령도 등 서북도서의 보호시설을 구축하면서 금문도를 방문하고 벤치마킹했다.

당시 떨어진 포탄의 강철로 만든 식칼인 금문채도(金門菜刀)는 요리사들에게 인기가 있다. 섬의 주곡인 수수로 만든 금문고량주는 인기 관광상품이 되었다. 전쟁이 남긴 상흔 속에서도 생존을 모색한 결과다. 1979년 덩샤오핑이 개혁 개방을 선언할 때까지 수시로 포탄이 떨어졌고 주민들은 지금도 8시가 되면 야간 소등을 한다.

필자가 7월 말 무더위 속에서도 과거 냉전의 섬이었으나 현재 교류협력의 현장을 방문한 이유는 양안(兩岸)관계를 통한 동북아시아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지하 포대 진지에서는 관광객 대상으로 포사격 시범이 있었고 금문도와 중국 본토 간의 교류협력 분위기가 강했다. 식수는 중국 본토인 샤먼에서 공급되어, 하나의 생활권이었다. 일부에서는 샤먼까지 다리를 놓아 특별경제지역 지정을 주장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양안 왕래 인원이 300만 명에 달했지만 정치적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최근 친미, 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총통이 민진당 전당대회에서 대만 방언인 '타이위(臺語·민난어)'로 연설한 것에 대해 중국 측은 "쓸데없는 소란이며 중국의 흔적을 지울 수 없다"고 반발했다.

중국은 7월 초 금문도 인근에서 조업하던 대만 어선을 어업 규정 위반 혐의로 나포했다. 지난 5월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 당시에는 '대만 포위 훈련'을 실시했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충돌했다. 왕 부장은 "대만 독립과 대만해협 평화는 물과 불처럼 양립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지난달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중국군이 대만 총통부 등 모의 주요시설을 건립하고 점령 훈련을 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2023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시행에 따라 올해 미국 군사 고문들이 진먼(Jinmen)과 펑후(Penghu)의 육군 기지에서 대만의 다양한 특수부대와 정기적인 훈련을 지도했다.

금문도에서 바라본 양안관계는 경제적으로는 순탄했으나 정치적으로는 복잡했다. 대만은 TSMC라는 반도체 제국을 보유하여 정치와 경제 양면에서 첨예한 미중 대립의 현장이었다. 과거 마오쩌둥이 대규모 병력을 참전시킨 한국전쟁이 아니었으면 금문도를 점령했을 것이라는 추론은 양안관계가 한반도 정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남북관계와 양안관계가 향후 통일로 갈지 1국가 2체제로 지속될지 여부는 동북아 평화 구축의 핵심 주제일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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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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