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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원나잇…"건전하지 못해" VS "표현의 자유"

입력
2024.08.12 22:42

드라마 속 원나잇 향한 시청자들의 갑론을박
캐릭터와 서사 정체성 해치는 소재라는 지적까지
표현의 자유 혹은 방송문화 저해 요소

'굿파트너'와 '놀아주는 여자' 등 적지 않은 드라마들이 이른바 '원나잇'을 소재로 삼으면서 일부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SBS 영상 캡처

'굿파트너'와 '놀아주는 여자' 등 적지 않은 드라마들이 이른바 '원나잇'을 소재로 삼으면서 일부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SBS 영상 캡처

'굿파트너'와 '놀아주는 여자' 등 적지 않은 드라마들이 이른바 '원나잇'을 소재로 삼으면서 일부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캐릭터가 갖고 있는 고유의 정체성을 와해시키면서까지 필요한 장면이었냐는 의문이 쇄도했다. '놀아주는 여자'의 경우 원나잇 이후 예정에 없던 임신까지 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보는 이들을 의아하게 만든다. 두 작품 모두 15세 이용가 등급인 만큼 올바르지 않은 성적 가치관을 형성할 우려가 존재한다.

최근 인기를 끈 두 드라마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원나잇 스탠드'를 다뤘다. 먼저 SBS '굿파트너' 4회에서는 한유리(남지현)와 그의 변호사 동기인 전은호(표지훈)의 원나잇 장면이 담겼다. 두 사람은 고된 변호사 생활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우애를 키우던 중 술김에 하룻밤을 보낸다. 문제는 이 장면이 시청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유리는 아버지의 불륜이 트라우마로 남았고 성인이 된 후에도 비혼을 외치며 결혼이나 연애에 대해 회의적인 면모를 보였다. 특히 그간 전은호와는 이성적인 교감보다 우정에 가까운 감정선을 드러냈기 때문에 느닷없이 술에 취해 숙박업소에서 하루를 같이 보내는 캐릭터가 당위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즉각적으로 문제 제기에 나섰다. SBS 유튜브 채널에서는 "촌스럽다. 남녀 둘이 벗은 채로 모텔에서 깨는 장면이 언제적 감성이냐", "남자를 만나는 거에 대한 반감이 있는 인물이 원나잇 하는 게 맞냐" 등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JTBC '놀아주는 여자'에서는 미호(문지인)가 일영(김현진)과 좋은 감정으로 만나던 중 돌연 하룻밤을 같이 보냈고 속도위반으로 결혼까지 하게 된다. 아이의 아빠가 되는 일영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미호를 좋아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심의에 따른 규정 제35조(성표현)제1항은 방송은 부도덕하거나 건전치 못한 남녀관계를 주된 내용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또 영상물등급위원에서 지정한 15세 이상 관람가는 청소년이 사회·가족·학교 등에서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통하여 충분히 수용가능한 것을 의미한다. 청소년으로 하여금 왜곡된 성적 관념을 갖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다만 직접적이지 않고 암시적으로 표현한다면 일부 사회윤리에 반하는 성적 표현이 가능하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성에 대한 개념이 과거보다는 확장된 것은 사실이지만 원나잇 소재가 드라마 속에서 지나치게 자주 등장한다는 기시감은 지울 수 없다. 현재 방송 중인 KBS2 '미녀와 순정남'에서도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보내는 서사가 짧게 등장한다. OTT에서는 더욱 흔한 소재다. 티빙 '술꾼도시여자들'이나 넷플릭스 '연애대전' 등 국내 OTT 드라마에서는 성적 분방하면서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왕왕 조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앞서 언급된 드라마 모두 여성이 주인공을 맡아 진취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특히 '굿파트너'의 경우 여러 재판을 맡으며 결혼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성장하는 신입 변호사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느닷없는 하룻밤 서사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원나잇 소재는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드라마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사회적 현실을 일부분 반영된 것을 감안해도 아슬아슬한 수위다. 특히 올바른 성적 가치관을 보고 배워야 할 청소년들에게 자칫 악영향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과거 지상파에서 흡연 노출이 사라진 후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성인의 흡연율까지 사라진 바 있다.

원나잇이 범법 영역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건전한 방송문화에 기여한다고도 볼 수 없다. 이에 제작자의 심도 깊은 고심이 필요한 대목이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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