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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로 정제마진 줄자 정유사 2분기 실적 '뚝'…하반기 중동 정세 변수될 듯

입력
2024.08.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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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영업이익, 1분기 절반 수준도 못 미쳐
전방시장 수요 둔화·정제마진 하락 등 악재
중동 지정학 리스크 확대…유가 상승 가능성

4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가 주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가 주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적 경기 침체로 정제마진이 2분기(4~6월) 들어 크게 떨어지면서 정유사들의 실적이 1분기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앞으로 중동지역 정세 불안으로 전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하반기 정유업계 실적 회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GS칼텍스는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2조6,424억 원, 영업이익 2,081억 원을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6.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0.1% 감소했다. 특히 정유사업 부문에서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하락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정유 부문은 매출액 10조802억 원, 영업손실 264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내수 판매 및 수출 증가로 전년 동기 및 전 분기 대비 매출액은 증가했으나 정제마진 하락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석유 사업에서 고금리 장기화 우려 및 중국 경기 회복 지연 등 영향으로 정제마진이 하락하면서 전 분기 대비 4,469억 원 감소해 1,44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의 2분기 매출액은 9조5,708억 원, 영업이익은 1,606억 원이었으나 정제마진 하락으로 정유 부문 영업 손실은 950억 원이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정유 부문에서 2분기 286억 원 영업 손실을 내면서 영업이익이 2,192억 원이었던 직전 분기와 달리 적자를 냈다.



"3분기 정유사 실적 회복도 지켜봐야"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정유사들이 좋은 실적을 냈던 1분기와 달리 2분기 수익이 크게 감소한 이유는 수익성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2분기 들어 크게 떨어진 탓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유가와 각종 비용을 뻬고 정유사가 얻는 순수익으로, 정유사들의 실적을 가늠하는 지표다. 통상 정제마진이 4, 5달러 수준이어야 손익분기점이지만 1분기 배럴당 7.3달러 수준이었던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2분기 들어 3.5달러로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정제 설비를 최대로 가동하고 중국의 수출 증가로 석유 제품을 시장에 쏟아내면서 공급 과잉으로 정제마진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여름 휴가철 시즌 통상 석유 제품 수요가 늘어나지만 세계적 경기 부진으로 석유 제품 수요가 부진한 영향도 겹쳤다.

문제는 중동에서 이어지고 있는 지정학적 변수로 인해 하반기 실적 회복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중동 원유 공급망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 정제 마진도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국제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도 같이 오르지만 유가 상승의 원인이 지정학적 리스크일 경우 오히려 수요를 위축시킨다"며 "현재 미국발 글로벌 경기 위축도 석유 수요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주유소 기름값은 당분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리터당 각각 1,705.15원, 1,542.69원으로 4일부터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7월 1일 시행된 유류세 환원분과 최근 약 한 달 동안 약세를 나타낸 국제 유가의 영향 등이 반영됐다. 통상 국제 석유 제품 가격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2, 3주가 걸린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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