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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강제노동' 표현 거부 당하고 성과로 포장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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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찬성하는 조건으로 전시물에 ‘강제’ 표현 기재를 요구했으나, 거부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의 증언을 담는 것도 제시했지만 일본이 수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핵심 요구가 묵살됐음에도 등재에 찬성해준 것이라 ‘대일 저자세 외교’와 관련한 무책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사실은 외교부가 국회 외통위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자료에서 드러났다. 외교부는 “전시내용을 협의하는 과정에 ‘강제’ 단어가 들어간 사료 및 전시 문안을 요구했으나 최종적으로 일본은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일협상의 뇌관을 함구한 채 성과라고 우겨온 외교 당국의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사도광산을 두고 정부 설명은 줄곧 오락가락했다. '강제노동' 문구와 관련한 요미우리신문 등의 보도에 “표현 문제를 협의하지 않았다”고 부정하는가 하면, 나중엔 “강제성이 드러나는 많은 내용을 요구했으며 일본이 수용한 것이 현재 전시 내용”이라며 모호한 입장을 고수했다. 물론 사도광산에서 2km 떨어진 현지 향토박물관을 본보가 확인한 결과, 전시물 어디에도 강제 노역 표현은 없었다. 그런데도 ‘표현을 갖고 협상력을 허비하기보다 더 나은 이행조치를 노력한 성과’라는 자화자찬으로 사안을 무마해온 셈이다. 이는 2015년 7월 하시마(일명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때 일본 측이 “수많은 한국인이 본인 의사에 반해 끌려와 가혹한 조건하에 강요된 노동(forced to work)을 했다”는 표현을 수용토록 한 우리 외교성과조차 무색하게 만든 것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1,500명이 넘은 조선인이 사도광산에서 전쟁물자를 캐느라 피눈물을 쏟고 목숨까지 희생됐다. 이런 곳이 인류가 기념할 세계유산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우리 정부가 유리한 상황을 외면한 채 동의했다면, 외교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지적처럼 강제동원 피해국 정부로서 협상의 전모를 공개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반성도 없이 가해 인식마저 지우려는 일본을 용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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