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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금투세 존폐 토론회 열자" 제안...박찬대 "지금이 토론할 때냐" 거절

입력
2024.08.07 11:49
수정
2024.08.0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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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침체 국면 속 유리한 주제라는 판단
야당 어수선한 사이 민생 의제 선점 포석
박찬대 거절하며 불발될 듯
대통령실 "금투세 폐지, 국회 논의 촉구"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존폐를 주제로 한 공개 토론회를 제안했다. 민주당 대표 선출을 기다릴 필요 없이 야당과 맞붙고 민생 의제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한심한 것 같다"며 요청을 사실상 거절했다.

한동훈 "박찬대라도 상관없다. 토론하자"

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박 직무대행이라도 상관없으니 저와 금투세 폐지 민생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폐지해야 한다는 국민의힘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민주당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토론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뜻을 전한 것이다.

금투세는 주식이나 채권, 펀드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연 5,000만 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3억 원 이상은 25%)를 부과하는 세금으로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증시 악영향 등을 이유로 폐지를, 민주당은 조세 형평성 등을 이유로 시행을 주장한다. 다만 이재명 전 대표는 시행 유예와 면세 기준 상향 등 금투세 완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한 대표는 전날에도 금투세 존폐 토론회를 양당이 합동으로 열자고 당 대변인을 통해 제안했다. 이에 민주당 원내부대표인 임광현 의원은 “한동훈 대표가 직접 (토론회에) 나오라”며 “우리도 회계사 출신인 (박찬대) 당대표 직대가 나가겠다. 오래 끌 것 없이 오늘이라도 당장 하자”고 화답했다. 한 대표 제안을 민주당이 받아들이는 모양새였지만 참석자 '체급'을 고려해 민주당의 새 대표가 선출되는 18일 이후 성사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한 대표가 '체급'은 관계없이, 당장 토론회를 열자고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한 대표의 제안에는 증시 침체 국면에서 금투세 존폐라는 토론 주제가 여당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야당이 전대로 어수선한 틈을 타, 민생을 챙기는 여당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박찬대 "지금이 토론할 때냐"...대통령실 "금투세 폐지, 국회 논의 촉구"

박 직무대행은 한 대표 요청을 사실상 거절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나 고공 행진 중인 물가를 언급하며 "이런 여러 가지 상황에서 금투세 논쟁을 가지고 얘기하겠다는 것은 상황을 다른 쪽으로 돌리자는 얘기"라며 "좀 한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와 국민의힘의 노림수에 순순히 당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같은 당 임광현 의원이 자신을 토론 참여자로 지목한 것에 대해서도 "그 글을 보고서 (임 의원에게) '지금 토론할 때냐'라고 얘기했다"고 거리를 뒀다.

대통령실은 국민의힘과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국민 대다수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는 상황에서 제도 시행 여부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제안한 금투세 폐지 방침에 대해 국회에서 전향적 자세로 조속히 논의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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