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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전 박정희 친서처럼… 與, 미래 세대에 책임감 가져야

입력
2024.08.08 04:30
21면

<3> 청년이 공감하는 국민의힘

편집자주

국민의힘이 지리멸렬이다. 대통령에 할 말 못하고,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에 밀리면서 민심을 정책에 반영하는 집권당 위상을 잃은 지 오래다. 총선 민심의 호된 심판에도 오만과 불통, 내분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진보, 민주당을 말하다>로 야당 혁신을 따갑게 주문했던 것처럼, ‘국민의힘,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보수인사 4인의 진단과 해법을 연재한다.

1964년 12월 10일 독일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두이스부르크 두르공업단지를 방문,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을 격려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은 눈물을 흘리는 간호사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64년 12월 10일 독일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두이스부르크 두르공업단지를 방문,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을 격려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은 눈물을 흘리는 간호사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도·수도권·청년층 외면 심화
기후위기 미래지향 해법 필요
후세 위한 전적인 책임 보여야

중도, 수도권, 청년층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에 있어서 가벼운 경고가 아니라,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가장 큰 격차로 패한 지난 총선과 수도권에서의 연속적인 패배로 드러난 명백한 위기의 신호다. 수도권이 민주당의 텃밭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청년층에서는 국민의힘에 대한 비호감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지지 정당 없음'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이 청년 세대라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인 40대보다도 2030세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 낮다.

멀어질 대로 멀어진 유권자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보수정치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국가발전을 주도해온 보수의 장점인 유능함을 앞세워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은 국민의힘이 절대 잃어서는 안 될 방향이다.

그래픽=신동준기자

그래픽=신동준기자

그간 보수의 장점은 전문가 집단의 유능함을 통한 미래지향적 혜안 그리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 내는 리더십으로 명확했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은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저출생 고령화 등 국민이 우려하는, 특히 청년들이 관심 가질 어떤 문제도 자신만의 해법으로 의제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유능한 보수, 이기는 보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연성과 확장성을 기반으로 대전환기 의제들을 선도하고, 더 나아가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통 큰 비전을 과감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길 수 없을 것으로 보였던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은 혁신과 확장을 통한 의제 전쟁에서 민주당을 압도하여 승리를 거머쥐지 않았던가.

특히 기후위기대응과 디지털 전환은 국민의힘이 주도해야 할 영역이다. 기후위기 완화는 규제로만 접근할 수 없는 기술과 산업의 전환이 필수인 영역이며, 이는 무역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산업별 가치사슬(Value Chain)을 분석해 우리가 기술 패권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성장해온 방식이자 보수정치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다.

또한 유권자와의 소통 방식을 재건해야 한다. 품격 있는 보수의 언어를 회복하지 못하거나 시대에 맞는 소통 방식을 학습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내용도 유권자에 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품격 있고 논리적인 언어는 전문성과 가치를 돋보이게 만드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진실되더라도 투박하고 거친 언행은 비호감이 되기 쉬우며, 유능하더라도 일방적인 소통은 단절로 귀결된다. 보수정치의 소통은 정제되고 품격 있는 언어를 통해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식이어야 하며, 메시지는 그 시대의 방식을 반영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15초 이내 짧은 영상으로, 뉴스의 헤드라인으로 그리고 좋아하는 인플루언서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짧은 영상과 헤드라인에서도 유권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보수만의 언어를 구축해, 언어를 통해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정치인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그래픽=신동준기자

그래픽=신동준기자

마지막으로 미래세대를 고려한 정치의 책임감을 되찾아야 한다. 유능함과 소통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방향은 다음 세대의 평가를 고려한 의사결정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967년 12월,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해외공관장에게 보내신 친서가 있다. 가난한 조국의 현실에 대해 우리 조상을 원망하기에 앞서 우리들 후손에게 원망을 듣는 조상이 되지 않아야 하며, 다음 세대에 대한 모든 책임이 전적으로 우리에게 있다는 내용이다. 이 한 단락에 우리의 성취에 대한 노력과 자부심 그리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모두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극복이 불가능한 현실의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고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며, 전문성과 소통을 무기로 미래의 평가를 기다리는 책임감 있는 현세대의 모습. 현실적이고 유능한 보수정당 본연의 모습이며, 국민의 사랑을 되찾는 가장 바른 길일 것이다.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1> 혁신적 보수와 국민의힘 : 정의화 전 국회의장

    1. 오만과 안일, 혁신적 보수에서 멀어진 국민의힘 [보수, 국민의힘을 말하다]
  2. <2> 보수의 용기있는 재구성 : 박명호 동국대 교수

    1. 한동훈 리더십, '관저 정치'의 확실한 정리에 달렸다
  3. <3> 청년이 공감하는 국민의힘 : 정혜림 전 국민의미래 대변인·국민의힘 영입인재

  4. <4> 국민의힘의 새로운 길 : 윤왕희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정혜림 국민의미래 전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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