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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로 포비아 현상까지...캐즘 깊어질까 고민 많은 자동차·배터리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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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불이 난 전기차 안에는 화재 위험 때문에 리콜한 적 있는 중국산 배터리가 들어있던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운전자들 사이에 전기차 배터리에 불이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퍼지면서 자동차·이차전지 업계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심해지지 않을까 애를 태우고 있다. 다만 불이 난 차량에 중국산 배터리가 얹어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입차와 국산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반응은 미묘하게 갈리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1일 사고가 난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EQE 모델에는 중국 CATL과 파라시스(Farasis)의 배터리 셀이 들어있는데 화재 차량은 파라시스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배터리 제품은 2021년 화재 위험으로 중국 내에서 리콜을 시행한 사례가 있어 배터리 문제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화재의 원인은 소방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화재를 예의주시하며 지켜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전기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데 이번 사고로 전기차에 대한 공포심을 키워 캐즘 상황이 길어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한 전기차 사용자는 "원래 전기차에 대한 걱정은 크게 없었는데 이번 화재로 마음이 달라졌다"며 "특히 주차를 지하 주차장에 해도 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수입 전기차 판매사 관계자는 "아직 예약 취소나 연기 같은 움직임은 없지만 소비자들이 조심스러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업계 전체가 매우 예민해져 있다"고 전했다.
반면 대부분 국산 배터리를 쓴 현대차·기아 전기차와 국내 이차전지 업체에는 중국산 대신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우선 국내 전기차 소비자들은 국산 배터리를 쓴 자동차로 선택지를 옮길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이번 화재 사고 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잇따른 배터리 화재로 전기차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만큼 유럽 완성차 업체 역시 중국 배터리 대신 한국산 배터리 셀을 채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동안 중국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제품을 생산해왔고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NCM 배터리 기술 개발에 집중해 왔다. NCM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반면 화학적 안정성이 낮아 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산 배터리는 화재 방지를 위해 20% 정도 충전 안전 마진을 설정하는 등 첨단 기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이차전지 기업들은 원가 절감을 통한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LFP 배터리뿐만 아니라 NCM 배터리 셀의 유럽 시장 공략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럽은 한국 배터리 3사의 2023년 지역별 매출 기준 가장 큰 부분을 점하는 곳인데 최근 독일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산 배터리를 많이 쓰면서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앙 리 CATL 부회장은 올해 2분기(4~6월) 콘퍼런스콜을 통해 "유럽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동안 유럽 자동차 기업들이 원가절감 차원에서 중국산 배터리를 많이 채택했다"며 "중국에서도 배터리 화재 소식이 이어지며 중국산 NCM 배터리 안전성에 이슈가 많기 때문에 수입차의 중국산 배터리가 채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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