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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 땐 '10억 로또'... 문·윤 정부 모두 투기 부추긴 분상제

입력
2024.08.07 07: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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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부 때도 분상제 부작용 속출
공급 늘리려 풀었더니 다른 부작용
집값 안정 효과 없고 일부만 혜택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전경. 뉴스1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전경. 뉴스1

올 하반기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새 아파트 청약 일정이 줄줄이 확정되자 청약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최상급지이면서 동시에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적용으로 당첨만 되면 높은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어서다. 분상제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최근엔 '로또 청약'이라 불릴 만큼 부작용이 만만찮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하반기 강남 로또 단지 줄줄이 분양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20억 원가량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이른바 '로또 청약' 일정이 맞물리면서 청약 홈페이지가 마비된 지난달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에 대기자 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20억 원가량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이른바 '로또 청약' 일정이 맞물리면서 청약 홈페이지가 마비된 지난달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에 대기자 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말 청약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는 평균 527.3대 1을 기록, 역대 최고 수준의 경쟁률을 보였다. 같은 시기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이 진행한 무순위 청약(1가구 모집)엔 294만여 명이 몰려 역대 무순위 청약 최고 신청자 수를 기록했다. 모두 분상제 단지로 당첨만 되면 각각 최대 20억 원과 10억 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이 예상돼 '로또 단지'로 소개된 공통점이 있다.

이후 이달 분양을 앞둔 서울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 레벤투스(도곡 삼호 재건축)와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방배(방배5구역 재건축)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 단지 역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돼 각각 '5억·10억 로또'란 수식어가 붙었다.

분상제 풀었더니 투기 광풍

경기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 롯데캐슬 아파트. 뉴스1

경기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 롯데캐슬 아파트. 뉴스1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에 더해 집값까지 뛰다 보니 이처럼 분상제 아파트에 구름 인파가 몰리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는 역설적으로 최근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며 과열 양상인 서울 집값을 더 들썩이게 하는 등 정책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분상제 대상을 기존 공공 아파트에서 일부 민간 아파트로 넓히는 강수를 뒀다. 그 결과 서울 대부분 지역과 경기 주요 지역이 분상제 지역으로 묶였다. 그럼에도 공시가 급등 영향으로 분양가가 덩달아 뛰었고, 공사비에 제약이 생긴 민간 건설사가 주택 사업을 주저하면서 분양 물량도 쪼그라드는 부작용이 빚어졌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시장 제약을 걷어낸다며 민간 분상제 지역을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만 남기고 모두 해지하고, 청약 관련 규제도 대폭 풀었다. 무주택자로 한정했던 1순위 청약과 무순위 청약 기회를 유주택자에게도 주기로 한 것이다.

이 역시 효과가 미미하긴 마찬가지다. 분양가 규제에서 벗어난 서울 주요 지역은 분양가가 급등하며 주변 집값을 자극했고, 분양가 규제가 작동 중인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가 급증하며 시장 왜곡이 빚어진 탓이다. 일부에선 강북 아파트 분양가가 강남 지역을 뛰어넘기도 했다. 결국 집값 안정엔 별 효과가 없고, 분상제 아파트에 당첨된 일부만 혜택을 보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말 그대로 로또가 된 셈이다.

게다가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분상제를 회피하려고 분양을 늦추려는 시도가 많아 주택 공급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분양을 늦추면 공시가 상승 영향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시세에 상한을 두는 직접 규제는 자산 양극화만 부를 우려가 있다"며 "차라리 아파트 일부는 특정 계층에 분양가를 낮춰 주는 식의 간접 규제 방식을 대안으로 고민할 수 있다"고 했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결국 분양이 쏟아져야 집값이 잡힌다"며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선 상한제를 어떻게 운용하든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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