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인천 지역의 13개 대학 재학생이 가입한 전국 2위 규모 연합동아리에서 대규모로 마약이 유통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고급 풀파티·외제차·호텔 등의 무료·저가 이용을 내세운 ‘유흥 동아리’인데, 회원에게 웃돈을 받고 마약을 되팔기까지 했다. 마약이 국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을 상징할 뿐 아니라, ‘지성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 또한 충격을 더한다.
검찰에 구속된 동아리 회장(30대 남성)은 2021년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동아리에 자차 20대 이상 보유, 고급호텔·리조트 VIP 멤버십 다수 이용 가능, 서울 더블역세권에 13억 상당 아파트 동아리방 소유’ 등을 과시하며 회원을 모았다. 회장은 연세대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고, 직접 면접을 봐서 회원을 선발했다. 회원 중엔 서울대, 고려대 등 재학생과 의대·약대 재입학 준비생, 로스쿨 응시자도 다수 포함됐다고 한다. 회장은 회원들에게 대마를 시작으로 MDMA·LSD·케타민·사일로시빈에 필로폰까지 권하고 투약하게 했다. 동아리 회장과 운영진이 마약을 공동 구매한 뒤, 일반 회원들에게 약 두 배 가격으로 되팔아 수익을 남겼다고도 한다.
회장과 회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투약이 확인된 이만 총 14명이다. 남성 회원들이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호텔 스위트룸에 초대해 집단 투약할 정도로, 부패 기득권 뺨치는 대학생들의 퇴폐문화까지 엿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2만7,611명으로 2022년(1만8,395명) 대비 50%나 증가했는데, 이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0.3%에 이른다.
검찰은 단순 투약 대학생 8명에게는 맞춤형 치료, 재활을 조건으로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대학생은 성인이라고 해도 사회경험이 없어 유혹에 취약한 나이다. 검경의 단속·수사 및 재활 프로그램 지원과 같은 기본 체계를 탄탄히 해야 함은 물론이며, 예방 차원에서 대학당국이 마약문제 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성도 절실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