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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기 지나는 엔씨소프트, '장르 다각화' 위해 공격적 투자 나선다

입력
2024.08.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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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매출 16%, 영업이익 75% 축소
증권가 예상 적자는 면해
빅게임스튜디오·문로버게임즈 등 판권 투자 결정

엔씨소프트 판교R&D센터 전경.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 판교R&D센터 전경. 엔씨소프트 제공


게임 시장 불황에 시달리며 체질 개선에 나선 엔씨소프트가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75% 감소한 2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리니지 시리즈'로 대표되는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MMORPG)의 매출이 부진했고 마케팅비 지출은 늘어난 결과다. 엔씨는 장르 다변화를 위해 외부 게임사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고 해외 시장을 노린 신작을 준비하는 등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5일 공개한 2분기(4∼6월) 실적을 보면 매출은 3,689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1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8억 원을 기록해 75% 주저앉았다. '리니지 M'의 매출은 대규모 업데이트 덕에 반등했지만, '리니지 2M'과 '리니지 W' 등 다른 게임이 부진한 가운데 마케팅 비용 부담은 컸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 적자 전환을 예상했지만 장기 인센티브 충당금이 줄면서 인건비가 감소해 분기 적자는 면했다.

엔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영 효율화를 기조로 정하고 올해 초 인력 감축과 부동산 매각 등에 돌입했다. 6월 임시 이사회를 열고 품질보증(QA) 조직과 응용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을 각각 '엔씨큐에이'와 '엔씨아이디에스'로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일방적 분사라며 반발해 온 엔씨 노조가 분사 조직의 고용 보장 확약을 요구하는 등 내부 진통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1~3월) 때 매각을 약속한 서울 삼성동 엔씨타워는 매각 자문사를 선정한 상태다.




"사업 다각화 동력 외부에서 찾기 위한 투자"

문로버게임즈(왼쪽부터), 엔씨소프트, 빅게임스튜디오 로고. 엔씨소프트 제공

문로버게임즈(왼쪽부터), 엔씨소프트, 빅게임스튜디오 로고.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는 당장은 해외 시장 공략으로 국내 부진을 만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대규모 업데이트를 마친 '쓰론 앤 리버티'는 아마존게임즈와 협업해 9월 17일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다. '블레이드 앤 소울 2'와 '리니지 2M'은 각각 중국·동남아시아 진출을 앞두고 있다. 8월 출시를 앞둔 '호연'을 비롯해 신작도 준비하고 있다.

부진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MMORPG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脫)리니지' 몸부림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이날 엔씨는 게임사 빅게임스튜디오에 370억 원 규모의 지분 및 판권 투자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투자로 엔씨는 빅게임의 서브컬처(애니메이션풍) 장르 신작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의 유통 판권과 회사 지분을 확보한다.

빅게임은 지난해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블랙 클로버'를 원작으로 한 '블랙 클로버 모바일'을 내놔 주목을 받은 신생 게임사다. 순수 오리지널 지식재산(IP)을 기반으로 한 차기작 '브레이커스'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3'에서 시연했다.

엔씨는 앞서 7월 30일 스웨덴의 인디 게임 개발사 '문로버게임즈'에 대해서도 350만 달러(약 48억 원) 수준의 초기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1인칭 슈팅(FPS) 게임 전문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회사로 '프로젝트 올더스'를 개발 중이다. 서브컬처와 FPS 등 기존 엔씨 게임과 거리가 있는 장르의 게임을 엔씨 포트폴리오 내로 편입하려는 의도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사업 다각화 동력을 외부에서 찾기 위한 지분 투자"라며 "두 회사에서 끝나지 않고 추가 투자 기회를 계속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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