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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만 남았다"... 균형과 배려 부족한 '친정 체제' 강화

입력
2024.08.05 16:30
수정
2024.08.05 18: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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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직 최고에 '언론인' 출신 김종혁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모두 대구 지역
지역·성별 사라지고… 친정 체제 강화

한동훈(가운데)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5선 이상 의원 오찬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하 비서실장, 한 대표, 서범수 사무총장. 뉴시스

한동훈(가운데)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5선 이상 의원 오찬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하 비서실장, 한 대표, 서범수 사무총장.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지명직 최고위원에 원외 인사인 김종혁(62) 전 조직부총장을 임명했다. 이외에 주요 당직을 대부분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5060 남성으로 채웠다. 지역·성별 안배에 신경 썼던 과거 당대표들과 다른 점이다. 리더십을 뒷받침할 '친정 체제'는 강화했지만, 당을 통합으로 이끌 균형과 배려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표는 전략기획부총장에 신지호(61) 전 의원, 조직부총장에 정성국(53) 의원을 기용했다. 수석대변인은 유임된 곽규택(53) 의원에 더해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비대위원으로 호흡을 맞춘 한지아(46) 의원을 발탁했다. 앞서 '친윤석열계'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후임으로 내정한 김상훈(4선·대구 서구) 의원 임명안은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 박수로 추인됐다. 김 정책위의장을 제외하면 모두 '한동훈 캠프' 출신 인사들이다.

자연히 다양성 측면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 김 정책위의장의 경우, 추경호(3선·대구 달성) 원내대표와 지역구가 대구로 같다. 지역별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원내 투톱에 통상 다른 지역 인사를 기용하던 관례를 무시했다. 원내대표보다 정책위의장의 '선수(選數)'가 높은 것도 극히 이례적이다. 이에 김 정책위의장은 당초 자리를 마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를 벗어나도 부산·울산·경남(PK)에 갇혔다. 서범수(재선·울산 울주) 사무총장, 정(부산 부산진갑) 조직부총장, 곽(부산 서구동구) 수석대변인 모두 PK 출신이다.

당 지도부의 남성 편중도 문제로 지적된다. 여성 최고위원 몫으로 당선된 김민전 의원을 제외하면 최고위 의결권을 가진 9명 가운데 다른 여성 인사는 없다. 김기현 지도부 2기 당시 김예지 의원을 최고위원에 등용한 것과 다르다. 이번에 지명된 김종혁 최고위원의 경우 주류 언론인 출신 남성인데다, 조직부총장 당시 중립 의무를 어겨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경고를 받을 정도로 친한동훈 성향이 짙다.

이날 발표에서 빠진 여의도연구원장의 경우 한 대표가 비대위원장 시절 임명한 홍영림 원장의 유임설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당내 반대가 만만찮다. 당의 싱크탱크가 제 역할을 못해 총선에서 참패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는 맞았지만, 그걸 토대로 새로운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자신들끼리만 공유했다"며 "농부와 셰프는 다르다. 홍 원장 유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하면, 한 대표가 친윤계의 공세에 맞서 친정 체제는 구축했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춰 한발 더 나아가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한 재선 의원은 "지역도 없고 성별도 없고 오직 한동훈만 남은 인사"라며 "얼마나 능력을 발휘할지 지켜보겠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 3선 의원은 "첫 인선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탕평책은 쓰기 마련이다. 좌충우돌하면서 배워가는 거 아니겠나"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 대표는 이날 5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이틀간의 연쇄회동을 시작했다. 당 통합을 모색하는 자리다. 먼저 조경태(6선) 권성동(5선) 의원과 오찬을 가졌다. 권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다 지나간 (인선) 얘기는 하면 뭐 하냐"며 "중심을 잡고 당을 잘 이끌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대표 경선 당시 치열하게 맞붙었던 나경원(5선) 의원은 불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8일에는 4선 의원들과 만나 의견을 듣는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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