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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출신 대학생 모임, 알고 보니 '마약 동아리'… "놀이공원·호텔서 집단 투약"

입력
2024.08.06 04:30
수정
2024.08.06 15: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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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리조트·호텔 내세워 회원 모집
대마부터 LSD, 케타민 등 마약 권유
회원 300명…로스쿨·의대 준비생도

연합동아리 회원들이 동아리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 캡처. 이들은 대낮에 도로변에서 춤을 추며 자동차 문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했다. 서울남부지검 제공

연합동아리 회원들이 동아리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 캡처. 이들은 대낮에 도로변에서 춤을 추며 자동차 문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했다. 서울남부지검 제공

대학 연합동아리를 만들어 마약을 투약하고 유통한 카이스트 대학원생과 명문대 대학생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 동아리는 값싸게 고급 호텔, 레스토랑에 입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 시내 아파트 이용, 변호사 무료 상담까지 가능하다고 내세워 회원을 끌어모았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남수연)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대학생 14명을 적발했다고 5일 밝혔다. 이 가운데 주범인 연합동아리 회장 30대 남성 A씨와 20대 회원 등 4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고, 2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단순 투약만 한 8명은 치료, 재활을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은 이들이 재범하거나 교육 및 치료를 불성실하게 받을 경우 기소유예 처분이 취소될 수 있도록 추적 관찰할 방침이다.

검찰 조사 결과, 피의자들은 주로 명문대생으로 파악됐다. 동아리를 만든 A씨는 연세대 출신 카이스트 대학원생, 적발된 회원들은 서울대와 고려대를 비롯해 수도권 13개 대학 학생들이었다. 회원 중에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나 의·약대 준비생도 있었고, 일부는 올해 학교로부터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5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이희동 검사가 대학 연합동아리 이용 대학가 마약 유통조직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이희동 검사가 대학 연합동아리 이용 대학가 마약 유통조직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SNS로 허영심 자극해 회원 모집

이 동아리가 처음부터 마약 투약을 위해 뭉친 건 아니었다. 친목 도모를 내세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급 외제차를 탈 수 있다거나 고급 호텔과 비싼 식당을 무료 또는 싸게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등 대학생들의 허영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회원들을 모았다. 모집 지원서에는 △마스크 없는 본인의 사진을 올려달라거나 △팔로어 1만 이상 인플루언서는 심사 후 입회비가 면제된다고 적혀있었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며 오프라인 활동이 가능해진 데다, 회비도 10만 원 이하로 비싸지 않은 편이라 회원은 삽시간에 불어났다. 회비를 입금해 정식 회원으로 등록된 학생들만 약 300명으로 전국 2위 규모의 연합동아리였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인물도 뛰어나고, 교우관계가 원만한 학생들끼리 교류를 쌓으며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일들을 하자는 게 처음 결성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동아리 규모가 커지자 운영진은 고문 변호사가 있다거나 서울 아파트를 임차해 언제든 쓸 수 있다며 '엘리트 동아리'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고문 변호사는 주로 동아리 내부에서 발생한 성적 접촉이나 감정싸움, 모욕 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역할 정도만 했다고 한다.

동아리 회장에서 시작된 마약 투약

이들이 마약을 공유하게 된 건 A씨 때문이었다. A씨는 2022년 11월쯤 마약을 처음 투약한 후 동아리 임원들부터 시작해 회원들에게 마약을 권했다. 참여율 높은 회원들을 선별해 클럽, 뮤직페스티벌 등에 초대했고, 술을 마시며 액상대마와 합성마약인 LSD, 케타민, 필로폰 등 다양한 마약을 접하게 하는 식이었다. 놀이공원, 호텔 스위트룸 등 투약 장소도 다양했다. 동아리 내 다른 피의자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이라고 했다. 다른 동아리로 확대됐을 가능성에 대해선 "확정적으로 퍼졌다 말하긴 어렵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대학생 온라인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연합동아리 홍보글. 에브리타임 캡처

대학생 온라인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연합동아리 홍보글. 에브리타임 캡처

A씨의 범행은 단순 마약 권유에 멈추지 않았다. 그는 회원들을 마약에 중독되게 한 후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다. A씨는 동아리 운영진인 20대 중반 B, C씨와 함께 매수자금을 분담해 공동구매 방식으로 시세의 반값에 마약을 산 뒤 회원들에겐 적게는 5만 원, 많게는 10만 원을 더 비싸게 팔아 차익을 얻었다. 그가 지난해 가상화폐를 통해 구입한 마약만 최소 1,200만 원어치다. 또 A씨 등 세 사람은 LSD를 기내 수하물에 넣어 제주, 태국 등지로 운반한 뒤 그곳에서 투약하기도 했다.

범행구조도. 서울남부지검 제공

범행구조도. 서울남부지검 제공

A씨는 이번 사건과 별개로 올 4월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과 마약류관리법 위반, 공문서 변조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공판검사가 기록을 검토하던 중 수상한 거래내역을 포착해 동아리 내 마약 범죄를 밝혀냈다. 또 A씨에겐 성관계 영상을 퍼뜨리겠다고 교제하던 여성 회원 B(24)씨를 협박하고 와인병으로 상해를 가한 혐의, 코인 세탁업자를 허위 고소한 혐의(무고)도 추가됐다.

아울러 검찰은 피의자들이 마약수사 대비 방법을 알려주는 9,000여 명 규모의 텔레그램 채널에 가입한 사실도 확인해 대검찰청과 공조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A씨 등은 이 텔레그램 방에서 정보를 얻어 포렌식에 대비하고 모발을 탈·염색하기도 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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