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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24~48시간 내 보복 공격"... 이스라엘은 또 가자 학교 공습

입력
2024.08.05 19: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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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만류에도 이란 "전쟁 감수" 보복 의지
이스라엘 지하벙커 재가동...'선제 공격' 가능성도
IDF, 가자 학교·난민촌 폭격... "사망자 최소 44명"

마수드 페제시키안(오른쪽) 이란 대통령이 4일 수도 테헤란에서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파디 장관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을 공식 방문한 요르단 고위 관리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마수드 페제시키안(오른쪽) 이란 대통령이 4일 수도 테헤란에서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파디 장관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을 공식 방문한 요르단 고위 관리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24~48시간 내에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시작될 수 있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새로운) 전쟁을 촉발해도 상관없다."(이란 당국자)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손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수도(테헤란)에서 암살되는 치욕을 당한 이란은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이 발생해도 개의치 않는다는 태세다. 이런 와중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학교와 피란민촌을 잇따라 공습하며 '적'을 자극하고 있다.

"이란, '저항의 축' 동원해 동시다발 공격 가능성"

이란 시위대가 지난달 31일 테헤란의 팔레스타인광장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을 규탄하며 이란 국기와 팔레스타인 국기 등을 흔들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이란 시위대가 지난달 31일 테헤란의 팔레스타인광장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을 규탄하며 이란 국기와 팔레스타인 국기 등을 흔들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블링컨 장관이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에게 '24~48시간 안에 이란과 헤즈볼라(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가 이스라엘 공격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경고를 전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보복 형태는 불확실하나, 보복 공격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란의 태도도 강경 일색이다. 이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측이 아랍 외교관들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전쟁을 촉발해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확전을 막으려는 아랍권의 만류를 묵살한 것이다.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이란의 보복 공격 시나리오는 이른바 '저항의 축'(반미·반이스라엘 동맹) 소속 무장 세력과 함께하는 대규모 무인기(드론) 및 미사일 공격 등이 거론되고 있다.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만류도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이날 아이만 후세인 알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이란을 방문해 '확전 자제'를 요청했다. 중동 내 친서방국가인 요르단 고위 관리의 이란 방문은 20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러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은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의 중대한 실수(하니예 암살)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보복 의지를 재확인했다.

미국은 유럽 및 중동 내 협력국들에 '확전 방지 메시지를 이란 측에 전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블링컨 장관 발언에서 보듯 '이란의 보복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해 중동 위기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네타냐후 "이스라엘은 이미 다각적 전쟁 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4일 예루살렘 인근에서 열린 시오니즘 지도자 제브 자보틴스키의 추모식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예루살렘=AP 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4일 예루살렘 인근에서 열린 시오니즘 지도자 제브 자보틴스키의 추모식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예루살렘=AP 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한술 더 떠 "이미 (이란과) 전쟁 중"이라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에서 "이스라엘은 지금 이란의 '악의 축'에 맞서 다각적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방어적이든 공격적이든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공격 행위에 대응하고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이란의 보복 공격 시 맞보복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은 유사시 사용하는 지하 벙커도 6년 만에 재가동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히브리어 매체 왈라뉴스를 인용해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가 전시에 내각 고위 지도부가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지하 벙커를 준비해 본격 가동했다"고 보도했다. 2006년 예루살렘에 지어진 이 벙커는 다양한 무기의 공격을 견딜 수 있고, 지휘·통제 기능도 갖추고 있다. 텔아비브의 국방부 본부와 교신할 수 있어 '국가관리센터'로도 불린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최근 이스라엘에 감도는 전운이 짙어졌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 가능성도 거론된다. 5일 TOI는 채널12방송, 와이넷 등을 인용해 "4일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안보 책임자들 간 회의에서 '억제적 수단'으로 이스라엘이 이란을 먼저 공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하마스에 대한 공세 수위도 바짝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가자지구의 학교 두 곳과 병원 내 난민 캠프 등을 공습했고, 이로 인해 최소 44명이 숨졌다. IDF는 "학교 내 하마스의 지휘·통제 센터를 표적으로 삼은 것"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영국 BBC방송은 "일주일 동안 가자지구 내 학교 폭격은 이번이 세 번째"라고 전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이 4일 가자지구 서쪽에 있는 알나스르 학교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 이후 생존자들을 찾고 있다. 가자=AFP 연합뉴스

가자지구 주민들이 4일 가자지구 서쪽에 있는 알나스르 학교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 이후 생존자들을 찾고 있다. 가자=AFP 연합뉴스


이혜미 기자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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