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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반정부 시위에 결국 총리 사임... '하루 101명 사망' 분노에 무릎 꿇어

입력
2024.08.05 20:00
수정
2024.08.05 23:0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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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나 총리, 15년 집권 끝... "임시정부 구성"
3주간 이어진 시위… "300명 이상 누적 사망"
'공무원 할당제 철폐' 요구서 반정부 시위로

방글라데시 시위대가 수도 다카에서 셰이크 하시나 총리 퇴임을 요구하고 있다. 다카=AP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시위대가 수도 다카에서 셰이크 하시나 총리 퇴임을 요구하고 있다. 다카=AP 연합뉴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나라 전역을 뒤덮은 반(反)정부 시위에 굴복해 5일 사임했다. 당초 '공무원 할당제'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청년층의 시위가 3주간 이어지며 '정권 교체' 요구로 번진 가운데, 전날 하루에만 10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태에까지 이르자 결국 무릎을 꿇은 셈이다.

"총리, 불명예 퇴진 직후 헬기 타고 출국"

AP통신·AFP통신 등에 따르면 하시나 총리는 이날 시위대의 '총리 퇴진' 요구를 수용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2009년 1월부터 총리직을 유지해 온 그는 15년에 걸친 집권을 불명예 속에 마무리하게 됐다. AP는 "하시나 총리는 퇴진 직후 헬기에 탑승해 방글라데시를 떠났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 육군참모총장은 임시정부를 구성한다고 발표하면서 "오늘 밤 안에 위기의 해결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하시나 총리의 전격 퇴진은 4일에만 반정부 시위로 최소 101명이 숨지면서 대중의 분노가 극에 달한 탓이 컸다. 이번 시위와 관련, 지난달 19일 67명에 달했던 일일 최다 사망자 수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방글라데시 매체 프로톰알로는 "4일 사망자 수에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경찰관 14명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누적 사망자 수는 이날까지 300명이 넘는다고 AFP는 전했다.

방글라데시 시민들이 4일 수도 다카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불을 지른 쇼핑센터 앞을 지나 달리고 있다. 다카=AP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시민들이 4일 수도 다카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불을 지른 쇼핑센터 앞을 지나 달리고 있다. 다카=AP 연합뉴스

최근 들어 방글라데시 반정부 시위는 점점 격화하는 양상을 띠었다. 로이터통신은 "방글라데시 경찰은 지난 3, 4일 방글라데시 전국 64개 지구 중 39개 지구에서 폭력이 보고됐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시위대와 경찰, 친(親)정부 활동가들이 3자 간 충돌까지 벌였고 △정부 건물 △경찰서 △병원과 구급차 △의류 공장 등을 겨냥한 공격 및 방화가 이어졌다. 경찰은 시위 진압에 최루탄·수류탄 등을 동원해 왔는데, 총상으로 숨진 사망자가 발생하며 '실탄 사용' 의혹마저 거세졌다.


"공무원 할당제는 차별"... 불공정 논란 촉발

방글라데시가 시위 열기에 휩싸인 것은 지난달 16일부터였다. 도화선은 정부가 내놓은 '공무원 할당제'였다. 이는 1971년 파키스탄과의 독립전쟁에 참전했던 독립 유공자 자녀에게 공무원 채용 인원 30%를 할당하는 제도로, 반대 여론 탓에 2018년 폐지됐지만 최근 '문제없다'는 법원 판결과 함께 부활이 결정됐다. 이에 '차별적 정책'이라며 분노한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비교적 임금이 높고 안정적인 공직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데, '불공정 논란'이 촉발된 셈이다.

시위는 한때 잦아드는 듯했다. 방글라데시 대법원이 지난달 21일 독립 유공자 자녀에게 할당하는 공직 인원을 5%로 대폭 줄이는 절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포된 시위자 석방 △하시나 총리의 사과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자 시위 불씨가 다시 살아났고, 청년들은 '총리 및 내각 구성원 사임'을 촉구하는 등 정권 퇴진을 요구해 왔다.

김나연 기자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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