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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핵 역량' 과시 물량 공세, 노림수는 美와 대화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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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를 무더기로 군사분계선(MDL) 인근 '전선 제1선 부대'에 실전배치한다고 5일 밝혔다. 한미가 핵 자산을 동원한 작전계획으로 북한의 핵 공격에 맞서자 '한반도 초토화'를 위협하며 응수한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달라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관련 행사 연설에서 이례적으로 '대화'를 두 차례 언급했다. 전술핵을 투입해 한반도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점을 과시함으로써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꾀하려는 과장된 제스처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평양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250대의 발사대가 국경지역에서 중요 군사활동을 담당할 것"이라며 "이로써 적들의 무분별한 도발 책동에 대한 확실하고 압도적인 견제력을 보유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유사시 한미의 핵 반격을 트집 잡아 북한의 핵 무력이 정당하다고 강변한 것이다. 한미 양국은 이달 중순 연합연습 '을지자유의방패(UFS)'를 앞두고 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발사대는 북한이 2022년 첫 공개한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화성-11-라' 발사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태껏 북한의 최전방 대화력전 주무기는 122㎜ 방사포, 152㎜ 자주포였다. 하지만 지난 5월 240㎜ 신형 유도 방사포를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 대규모 CRBM 발사 체계의 실전 배치에 나서면서 '서울 불바다' 위협의 강도를 높였다.
'화성-11-라'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위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을 소형화한 미사일로, 전술핵 탑재가 가능하고 사거리는 100~300㎞로 추정된다"며 "기존 방사포에 비해 파괴력이 월등해졌고, 초대형 방사포와 달리 낮은 고도로 변칙 기동하기 때문에 요격이 무척 어렵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수도권을 넘어 MDL에서 200㎞가량 떨어진 평택·군산 미군기지, 계룡대 등 주요 군사시설 타격용으로 '화성-11-라'를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발사대 250대를 모두 운영할 역량은 아직 갖추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발사대마다 미사일 4개를 장착할 수 있어 십분 활용하려면 1,000개의 CRBM을 확보해야 한다. 유도 미사일 확보에만 수십억 원이 필요하다. 또한 북한의 연간 생산가능 전술핵탄두는 수십여 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공개한 250대의 발사대를 전부 채울 전술핵 탑재 탄두미사일을 확보하는 데만 해도 앞으로 수년은 족히 걸린다.
그럼에도 북한이 전례 없이 열병식 규모의 '인계인수식'을 대대적으로 선전한 건 미국을 향한 메시지 성격이 더 짙어 보인다. 이날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이례적으로 '대화'를 반복해 언급했다. "대화도 대결도 우리의 선택"이라더니 "다시 한번 명백히 하지만 대화를 하든 대결을 하든 강력한 군사력 보유는 주권국가의 의무이며 권리"라고 '대화'를 대결보다 먼저 거론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는 대화 얘기가 전혀 없다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화를 언급한 것은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전제가 있으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속내를 차기 행정부에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유세 때 쓰기 좋은 소재를 제공하면서 간접적인 미국 대선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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