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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뼈가 인상 깊어"...구의원들 '관광지' 출장에 '수준 이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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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나이아가라 폭포의 위용을 보면서 캐나다와 미국 국민들이 부럽게 느껴졌다." (금천구의회 보고서)
"리콩치안 자연사 박물관에서, 특히 공룡 뼈가 인상 깊었다." (양천구의회 보고서)
서울 25개 자치구의회가 지난 2년간 실시한 해외 연수 대부분이 구의원들의 구정 활동과 동떨어진 '외유성 출장'으로 운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지적돼 온 유명 관광지 위주의 출장 일정은 물론 '기행문' 수준의 함량미달 보고서 문제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4일 구정감시서울네트워크의 '서울시 25개 구의회 해외연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25개 자치구의회가 실시한 해외 연수는 총 66회, 전체 예산은 25억4,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들 대부분 관광명소가 몰린 유럽 국가로 출장을 떠났다. 가장 많이 방문한 국가는 오스트리아(11회)였고, 이어 체코·호주(각 9회), 독일(8회) 순이었다. 특히, 관광명소인 체코의 체스키크룸로프성(8회)과 프라하성(7회),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5회)는 '인기 방문지'였다.
금천구의회의 경우 지난 5월 7일부터 15일까지 미국과 캐나다로 해외 출장을 떠나면서 "지방의회 의원의 자질 향상과 의원들의 미래지향적 마인드 함양"을 목적으로 밝혔지만, 일정 대부분이 유명 관광지 위주로 짜였다. 이들은 출장 3, 4일 차(8, 9일)를 나이아가라 폭포 이동 및 체험으로 보냈고, 이후에도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센트럴 파크, 타임스스퀘어 등 명소 방문에 할애했다. 현지 관계자 만남은 귀국 전날인 13일 뉴저지 주의회 의사당에서 한국계 여성의원 엘렌 박을 만난 게 전부였다.
사후 제출된 국외 출장 보고서는 '복붙' 행태가 여전했다. 마포구의회 백남환 의원이 지난 4월 6박 8일 일정으로 다녀온 파리 및 런던 국외출장 보고서는 표절검사서비스 '카피킬러' 분석 결과 표절률이 31%에 달했다. 학계 기준으로 표절률 20% 이상은 위험 수준으로 평가된다. 중구의회의 '2023년 연수보고서'에는 참조 및 출처에 나무위키, 위키백과, 블로그 검색 결과 등이 버젓이 명시됐다.
수준 이하의 내용도 상당했다. 지난해 10월 양천구의회의 싱가포르 국외출장보고서에는 리콩치안 자연사박물관 방문 이후 "공룡 뼈가 인상 깊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시기 광진구의회 의원들은 대만 타이베이 시의회 면담에서 사전 조사로 확인할 수 있는 '시의원 임기', '의회 회기' 등을 묻기도 했다. 일부 보고서에서는 삼풍백화점을 '삼품백화점', 여가를 '여과'로 표기하는 등 오자도 수정 없이 그대로 실렸다.
구정감시서울네트워크 관계자는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의 예산이 연수로 포장된 구의원들의 관광을 위해 낭비되고 있다"며 "시민들의 감시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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