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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일 만에 서열 2위→1위로… ‘베트남의 시진핑’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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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통’으로 여겨지는 또럼(67) 베트남 국가주석이 권력 서열 1위 공산당 총비서(서기장)에 올랐다. 막강한 수사권을 지닌 공안부 장관을 거쳐 서열 2위 주석직을 맡은 지 77일 만이다. 반(反)부패 수사 칼자루를 쥐고 경쟁자들을 차례로 제거해 온 그가 최고 권력자 자리까지 꿰차면서, 권력을 분점하는 베트남의 전통적 ‘집단지도 체제’가 중국과 같은 ‘1인 권력 집중 체제’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베트남 공산당은 3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럼 주석을 당 서기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9일 응우옌푸쫑 서기장이 80세를 일기로 별세한 지 15일 만에 후계자가 정해진 것이다. 럼 신임 서기장으로선 올해 5월 18일 국가원수로서 상징적 권력을 갖는 주석이 된 지 석 달도 안 돼 1인자까지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됐다. 임기는 2026년까지다.
럼 서기장을 권력 최정점으로 이끈 원동력은 부패 척결 수사다. 그는 40여 년간 한국의 경찰과 국가정보원을 합친 역할을 하는 공안부에 몸담았다. 2016년부터 장관을 맡으며 쫑 서기장이 주도한 부정부패 척결 사정 작업의 ‘칼잡이’ 역할을 해 왔다. 당·정부 간부와 기업인 수천 명을 체포한 수사였다.
특히 차기 지도자 후보군에 속한 최고위 인사들이 제거됐다. 지난해 응우옌쑤언푹 주석이, 올해엔 보반트엉 주석과 브엉딘후에 국회의장, 쯔엉티마이 당 조직부장 등이 줄줄이 낙마했다. 동남아시아 전문가인 재커리 아부자 미국 국방대 교수는 “럼 서기장이 반부패 수사를 무기로 정치국 내 서기장 자격이 있는 경쟁자를 체계적으로 쓰러뜨렸다”고 분석했다.
반부패 수사에는 더 탄력이 붙게 됐다. 럼 서기장은 3일 오후 취임 연설에서 “우리는 이 싸움으로 국민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었다”며 “중단 없이, 성역 없이 부패 척결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기조를 반영하듯, 베트남 공산당은 4일 경제 부문을 총괄해 온 레민카이 부총리 등 고위직 4명의 사임을 승인했다. '부패 관련 당 규정 위반'이 이유였다. 취임 하루 만에 정적 제거의 칼을 또 휘두른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베트남의 독특한 정치 형태인 ‘집단지도 체제’가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프랑스 국방부 산하 군사전략연구소(IRSEM) 연구 책임자인 브누아 드 트레글로드 연구국장은 AFP통신에 “럼은 베트남 정치 심장부 공안의 지원을 받는 강력한 정치인”이라며 “베트남 권력이 그의 주변으로 ‘개인화’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은 수뇌부(당 정치국원) 14~18명이 정책을 결정한다. 이 중에서도 서열 1~4위인 서기장(국정 전반), 국가주석(외교·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이 권력을 나눈다. 권력의 개인 집중을 줄이고 정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체제다.
그러나 공안을 등에 업은 럼 서기장이 단기간에 공안부 장관, 주석에 이어 ‘서열 1위’까지 거머쥐자 힘이 한데 모이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신임 서기장이 주석직을 겸직하면, 베트남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처럼 ‘독재적 리더십’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럼 서기장이 서기장직과 주석직을 함께 유지할지는 불투명하다. 그는 겸직을 염두에 두고 있겠지만, 당 정치국에서 반대가 거센 탓에 조만간 새 국가주석 선임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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