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역사는 한일 공동연구에 맡기고 '패키지 딜'로 60년 성과 이어가야"[한일 맞서다 마주 서다]

입력
2024.08.08 14:00
수정
2024.08.08 19:28
5면
구독

<4> 갈등과 공존, 기로에 서다
"한일, 역사 솔직히 터놓고 얘기해야"
"기존 가능한 대화 계속하는게 중요"
"한일관계, 한미일 협력의 안전핀"

편집자주

가깝고도 먼 나라,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던 일본은 이제 한국과 동등하게 마주 선 관계가 됐다. 활발한 문화 교류로 MZ세대가 느끼는 물리적 국경은 사라졌고, 경제 분야에서도 대등한 관계로 올라섰다.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한일 관계의 현주소와 정치 외교적 과제를 짚어본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도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도쿄=연합뉴스

내년 한일수교 60년을 맞는다. 이룬 성과가 많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위태롭다. 이에 2000년대에 추진했던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를 재개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그래야 양국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도 과거사 문제를 동시에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신각수 전 주일대사, 스기야마 신스케 와세다대 특명교수(전 외무성 사무차관), 진창수 주오사카 총영사에게 양국의 현안을 물었다. 이들 3명의 전·현직 고위급 외교관은 한일관계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해결 어려운 역사 갈등, 민관 역사공동연구위원회 추진을


신각수 전 외교통상부 차관. 코리아타임스

신각수 전 외교통상부 차관. 코리아타임스

-한일 갈등의 핵심은 역사 문제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은 일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다투지 않은 채 문제를 봉합해버렸다. 이후 60년간 한일관계의 핵심 현안이 됐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신각수(신)="역사 문제와 관련해 한일 양국이 일단 솔직하게 툭 터놓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역사 공동위원회를 부활시켜 거기에 맡기고, 과거사 문제를 이유로 지난 60여 년간 한일이 쌓은 성과와 노력을 무너뜨리지 말자고 일종의 '패키지 딜'을 하는 것이 어떤가 생각한다."

스기야마(스)="한국의 시선에서 일본은 역사의 가해자이고, 일본 또한 이 문제를 부정할 수 없지만 1965년 협정에서부터 지난 10~20년간 한일 사이 여러 차례 외교적 합의가 있었다. 일본 입장에서는 그 합의들이 지켜지지 않는 것 자체가 한일관계의 불안을 뜻한다.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과 리더십으로 한일관계가 좋아졌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리더십을 발휘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 큰 흐름을 유지하고, 소소할지 몰라도 조금씩 상호 의견교환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상시 소통부터 정상화를…공급망·첨단기술 분야 협력 논의 필요"


스기야마 신스케. 한국일보 자료사진

스기야마 신스케. 한국일보 자료사진

-굴곡진 한일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방법론인데.

진창수(진)="피부로 느끼는 한일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한일 간 왕래가 활발한 점을 고려해 입국 간소화 등 민간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시적으로 비자면제가 이뤄졌는데, 당시 한일 간 왕래가 비약적으로 많아졌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이해도도 높아졌고, 한국도 그랬다."

스="day-to-day, 상시 소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한일 당국 간 추진할 수 있는 소통방식은 전략대화나 외교안보대화가 있다. 채널은 많다. 가능한 대화와 협력을 한 걸음 한 걸음 지속해 나가고 심화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신="인공지능(AI) 및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특히, AI와 데이터뿐 아니라 녹색에너지 전환에 있어 한일은 산업적으로 상부상조할 수 있는 구조다. 공급망 차원에서 한일 간 역할분담을 할 수 있는 협력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한미일 3국 협력 사무국 설치 통해 제도 기능 강화를"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김하겸 인턴기자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김하겸 인턴기자

-안정적이고 제도화된 한미일 안보협력 메커니즘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나.

신="한일 사이 신뢰가 깊지 못해 추진하기 어려운 안보협력 사업은 한미일 3자 체계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한일 간 신뢰가 전제돼야 가능하다. 신뢰회복은 국민이 한미일·한일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우선 정부가 국민에게 한일협력이 왜 필요한지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진="한미일 협력을 제도화하는 차원에서는 안보프레임워크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 3국 협력 사무국을 설치해 제도화 기능을 강화하는 조치가 있다. 특히, 한미일 협력 사무국은 한일관계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2.0 도래 시 한미일 협력 불안정… 한일 정보공유 필수"

-트럼프가 재선하면 동북아 정세와 한미일 안보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한국과 일본에는 어떨까.

한일관계 전문가 제언. 그래픽=송정근 기자

한일관계 전문가 제언. 그래픽=송정근 기자

스="솔직히 예측하기 어렵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미일 안보협력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면 이건 한국과 일본 모두 곤란한 상황이 된다. 이런 점은 한국과 일본이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미국에 해야 할 말을 해야 한다."

진="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 친구를 통해 대응할 수 있는 안전핀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한일 협력이 중요하다. 미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 한국을 압박하는 구조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이 손을 잡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야기할 수 있는 리스크를 억제할 수 있다."


"한일 협력, 미중 사이 갈등 억제·안정적 동아시아 정세 관리도"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하면서 동아시아 정세 불안이 심각하다. 한일관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스="중국에 대한 한미일 3국의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다만, 중국이 국제법을 따르고 좀 더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에 3국의 이해관계는 같다. 그런 점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활용해야 한다."

신="한일관계가 좋을 때 중국의 강압적 외교정책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이 강해지고, 중국 또한 보다 유화적인 태도로 나올 수 있는 요인이 생긴다. 또한 우발적 사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핫라인뿐 아니라 한중일 3국 간 상시적 안보대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물리적 국경이 사라진 문화 영토

    1. 한국선 80년대 일본 노래 듣고, 일본은 한국 패션에 열광...'한일 문화 보더리스 시대'로
    2. 일본 현지화 K팝 그룹 만들고, 드라마·애니 공동 제작... 한일 대중문화 협업 급물살
    3. "애들이 일본 아니면 가족여행 안 간대요"...한일관계 신인류 Z세대
    4. 한일 문화장벽 허문 두 주역을 만나다..."우리는 서로 달라서 동경하지요"
  2. 일본이 무시 못하는 '큰 손' 한국

    1. '옆집 친구'에 경제적 강압 꺼내든 일본…공격하고 보니 한국은 '큰손' 이었다
    2. 엔진 받아 쓰던 한국차 이젠 日부품 1%…100년 버틴 일본 유통망 뚫은 소주
  3. 혐오 줄었지만, 역사도 잊힌다

    1. 쇼와시대 '영광'만 배운 일본 MZ "한국이 일본 식민지였다고요?"
    2. 고종이 신하들 설득해 한일병합 서명?… 日교과서 극우화 '브레이크'가 없다
    3. 반성 없이 '자화자찬' 역사관… 日은 왜 가해 인식 지우나
    4. "한일 과거사, 알고 싶어도 찾기 어려워"… 인식 차이부터 좁혀야
  4. 갈등과 공존, 기로에 서다

    1. 美 덕분에 뭉친 한일, 尹-기시다 '투맨쇼' 계속되려면[한일 맞서다 마주 서다]
    2. "학생 교류" "공동 안보"… '작은 교류'로 적대감 해소한 유럽
    3. 日과 군사정보 공유로 안보협력 급물살... 욱일기 죽창가 논란은 여전[한일 맞서다 마주 서다]
    4. 한미일 협력 '제도화'에 왜 매달리나... 되돌릴 수 없는 '안전판'[한일 맞서다 마주 서다]


문재연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