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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라고"...전기차 화재 아파트 정전·단수 복구에 2, 3일 소요

입력
2024.08.02 18:05
수정
2024.08.02 18: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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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화재 피해 인천 청라 아파트
복구 지연 소식에 주민들 발 동동
일부 세대는 임시 대피소 등서 머물러

2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단지 내 화재 재난안전대책본부의 관계자가 그늘막에 전기 복구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이환직 기자

2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단지 내 화재 재난안전대책본부의 관계자가 그늘막에 전기 복구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이환직 기자

2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단지 밖에 마련된 전기차 화재 재난안전대책본부. 그늘막 아래 탁자와 의자를 놓아 임시로 만든 본부 앞에는 피해 복구 현황이나 보상 절차를 문의하려는 주민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전날 오전 발생한 지하주차장의 전기차 화재로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겼다는 한 주민은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는데 11층까지 어찌 물을 실어날라야 하는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본부 관계자가 단수와 정전이 각각 오는 5일과 4일에나 복구된다는 안내문을 붙이자 한 주민은 "어떻게 살라고"라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날벼락 같은 화재로 집과 차량이 큰 피해를 본 탓인지, 주민들은 손해를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 곳곳에서 재산피해신고서를 작성하거나 보상안내문의 사진을 찍는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한 주민은 "아파트가 가입한 화재보험은 차량 보상이 안 된다고 한다"며 "우선 보험 처리를 한 뒤 보험사에 구상권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자세히 내용을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하주차장은 화재로 조명이 꺼져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이에 주차된 차량을 뺄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인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 15분쯤 이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나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세대 중 5개 동 480여 세대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일부 세대는 단수까지 됐다. 당초 정전은 이날 중 복구될 예정이었으나 이틀가량 지연됐다. 현재 정전 세대는 430여 세대로 파악됐다. 배관 공사에 시간이 걸려 단수 문제는 5일에나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본부 관계자는 "복구될 때까지 생수를 계속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낮 최고 기온이 31도까지 오르는 폭염 속에 전기와 수도 공급까지 끊기면서 일부 주민들은 '피난 행렬'에 나섰다. 인천 서구와 대한적십자사가 청라1·2동 행정복지센터와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서북봉사관 등 3곳에 마련한 임시 대피소에는 전날까지 54세대 122명이 머물렀다. 일부 주민은 가족이나 지인의 집이나 호텔 등으로 피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처를 옮기지 않은 주민들도 승강기 운행이 멈추거나 수도 공급이 끊겨 물을 계단으로 나르거나 선풍기 없이 버티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전기차에서 불이 시작돼 주변 차량으로 옮겨붙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지하주차장에 서 있는 흰색 벤츠 차량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다가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담겼다. 이 불로 주민 2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소방관 1명도 어지럼증을 호소해 치료를 받았다.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차량 40여 대가 불에 탔고, 100여 대는 열손과 그을림 피해를 입었다.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량들이 전소돼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량들이 전소돼 있다. 연합뉴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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