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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어펜져스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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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오상욱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우리는) 그냥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의 시대에 살고 있다.”
‘금빛 찌르기’에 성공한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 형과 아우 간에 살짝 이견이 있었지만 어쨌든 둘 다 맞는 말이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아시아 최초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달성했고, 에이스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은 아시아 펜싱 첫 올림픽 2관왕에 올랐기 때문이다.
맏형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과 오상욱, 신예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4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펜싱이 단일 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이상을 따낸 건 2012년 런던 올림픽(금2·은1·동3) 이후 12년 만이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 우승으로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 6번째 금메달을 따내 5개로 세웠던 당초 목표를 벌써 초과 달성했다. 아울러 하계올림픽 통산 메달 300개를 채웠다. 앞서 남자 사브르 단체전은 런던 대회에서 동계, 하계 통틀어 한국의 100번째 금메달을 장식하기도 했다.
파리 올림픽은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왜 ‘어펜져스’로 불리는지 제대로 증명한 무대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김정환, 오은석, 원우영, 구본길이 사브르 단체전 첫 금맥을 찔러 왕조의 서막을 열었고 2020년 도쿄 올림픽 때 구성된 ‘어펜져스’ 김정환, 구본길, 오상욱, 김준호가 2연패를 이뤄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땐 종목 로테이션에 따라 사브르 단체전이 제외됐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원조 어펜져스 멤버 가운데 2명이 떠났다. 김정환과 김준호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면서 2000년생 박상원, 1999년생 도경동이 새로 합류했다. 젊은 피를 수혈한 뒤 ‘뉴 어펜져스’로 거듭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에이스 오상욱이 손목 부상에 시달리면서 팀도 전체적으로 처졌다. 오상욱은 “정말 많이 박살 나기도 했고,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고 힘들었던 준비 과정을 털어놨다.
어펜져스의 시대가 이대로 막을 내리나 하는 우려도 있었으나 세계 최고의 날카로운 칼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 2012년 런던 대회부터 대표팀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맏형 구본길이 쾌활한 리더십으로 후배들을 이끌고, 오상욱은 지난달 27일 개인전 금메달로 ‘단체전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덕분에 박상원과 도경동은 첫 올림픽에서 기죽지 않고 기량을 충분히 발휘했다.
선배들은 이런 후배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구본길은 “뉴 어펜져스라는 별명에 후배들이 솔직히 많은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꼈고, 힘들어했다”며 “그걸 버텨내고 이겨내 좋은 결과를 만들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칭찬했다. 오상욱도 “내가 그 선수들을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잘해줬다”고 거들었다.
후배들은 든든한 선배들의 존재로 한국 사브르가 왕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반응이다. 도경동은 “소통이 활발하고 팀워크가 좋은 한국 남자 사브르는 세계 최강”이라며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상원은 “형들을 보면서 커왔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제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는 구본길이 없다. 2028년이 되면 구본길은 마흔을 바라보는 만큼 파리 올림픽을 라스트 댄스 무대로 삼았다. 오상욱을 축으로 박상원, 도경동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금메달은 단체전 4연패 전망을 밝히는 신호탄이다. 올림픽 무대를 떠나는 구본길은 “LA 올림픽은 그 선수들(도경동·박상원)이 이끌어갈 것”이라며 “한국 펜싱에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까 계속해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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