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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 한국어...'우리 것'이란 생각 버려야 해외서 '뿌리'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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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줄을 서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한국 입장에서 큰 손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다. 태권도, K팝, 영화, 음식, E스포츠, 한국인 친구 등 다양한 계기로 품게 된 한국에 대한 이들의 관심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적극적 한국어 확산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류'라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큰물'을 만난 만큼 보다 과감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노력과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국내외 대학 교류를 지원하고 있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한국어 교육 봉사단을 파견하고 있으며 세종학당이 시설을 크게 확대했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 수도 2020년 21만8,869명에서 지난해 41만8,001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렇지만 한국어 교육 인프라는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강승혜 연세대 교육대학원장(한국어 교육 전공)은 “급증한 한국어 학습 수요에 세종학당 설치 같은 방법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해외 학교가 한국어를 교과목으로 채택하도록 해 자라나는 세대의 한국어 학습 수요를 흡수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어가 스스로 확산할 수 있도록 현지인 한국어 교사 양성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의 관심은 낮다. 지난해 14개국에 파견된 한국어 교사(86명)는 취업 목적의 한국어 학습자가 많거나 교사 파견비용이 낮은 개도국에 집중됐다. 북미, 유럽 지역은 전무하다. 예산도 생색내기 수준이다. 28개국 1,423개교가 한국어를 교과목으로 채택한 2017년 당시 45억4,000만 원이던 예산은 47개국 2,154개교로 늘어난 지난해에도 51억6,200만 원으로 13% 정도 확대된 수준이다. LA한국교육원 관계자는 “한국어반을 개설한 학교에 교재 등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중국어 일본어와 비교하면 그 규모가 매우 작다"며 “한국어 과목은 한류 인기에 기대 채택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 보급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현지인 한국어 교사 양성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찮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선정 계명대 국제부총장(한국어 교육 전공)은 “한국어 교사 의 처우가 낮아서 현지인들이 교편을 잡기보다는 통ㆍ번역가로 일하는 게 현실”이라며 “외국인들의 ‘한국어 교사’ 지망을 높이려면 한국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 부총장은 일본어 교사에 대해 일본 기업 취업에 준하는 수준의 처우 → 현지 중고교 중심 일본어 확산 → 현지 대학 내 일본 관련 학과 개설의 선순환 효과를 보고 있는 일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어를 세계 속의 언어로 키우기 위해선 민족주의, 국수주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 콘고디아 한국어 마을에서 만난 로스 킹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한국어학과 교수는 “’국어’, ‘우리말’이라는 표현은 한국어를 배우는 비(非)한국인을 배척하는 표현”이라며 “그 같은 표현도, 교재와 교사를 한국에서 한국인이 만들어 수출해야 한다는 생각도 한국어 확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어가 '한국의 소유물'이 되어서는 확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콘고디아 한국어 마을처럼 다양한 현지 문화와 환경에 적합한 수요자 중심의 한국어 교육, 교수법을 장려해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제 우리의 세종학당에 해당하는 중국의 '공자학원'이 중국의 성장과 함께 급속히 늘었지만, 정부가 나서 일방적으로 자국어를 보급한다는 데 대한 거부감을 일으켜 퇴조한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강 원장은 “한국어 확산도 어떤 단계에서는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며 “한글문화도시를 내세운 세종시와 같은 지자체, 해외 각급 학교와 교류하고 있는 지역교육청 등이 나선다면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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