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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숙 WeGO 사무총장 "스마트시티, 디지털 약자 배려한 사람 중심으로 가야"

입력
2024.08.01 09:37
수정
2024.08.01 14: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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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위주 편협한 관행 싫어 방송 떠나 국제기구 전문가로 변신
"한국 위상 올리도록 스마트시티 국제인증과 국제기구법 만들어야"

"스마트시티는 디지털 약자를 배려한 사람 중심이 돼야 합니다."

한때 잘나가는 아침 TV 프로그램 진행자(MC) 겸 드라마 '대장금'의 문정왕후 역할로 인기를 끈 방송인 박정숙(54)은 요즘 스마트시티에 빠져 있다. 방송을 떠난 그는 2021년부터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 사무총장을 3년째 맡고 있다. WeGO는 2010년 오세훈 서울시장 제의로 서울에 본부를 두고 발족해 164개 도시를 회원시로 두고 있다.

1일 박 총장을 서울 종로의 WeGO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가 사무총장을 맡게 된 배경은 남다른 이력 때문이다.

박정숙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 사무총장이 1일 서울 종로의 기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기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는 "스마트시티가 디지털 약자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WeGO 제공

박정숙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 사무총장이 1일 서울 종로의 기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기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는 "스마트시티가 디지털 약자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WeGO 제공

그는 2003년 대장금 출연을 끝으로 방송을 떠났다. 한창 인기 있을 때 떠난 이유는 남성 위주로 흘러가는 잘못된 방송사의 관행 때문이었다. KBS 대전엑스포 홍보대사를 거쳐 SBS 특채 MC로 방송 활동을 시작한 그는 SBS '출발 모닝와이드', MBC '아주 특별한 아침' 등을 진행하며 방송인으로서 주가를 올렸다. "덕분에 MBC에서 2시간 분량의 아침 대담 프로 진행을 제의받았어요. 임성훈씨와 더블 MC였는데 프로그램 제목이 '임성훈과 함께'였죠. 졸지에 박정숙은 '과 함께'가 됐죠. 프로그램 제목에 제 이름을 넣어 달랬더니 그럴 수 없다며 대신 출연료를 올려 주더군요. 그때 여성을 차별하는 편협한 관행에 환멸을 느꼈어요."

마침 한복 입은 모습을 좋게 본 이병훈 감독의 제안으로 그는 대장금에 문정왕후로 출연했다. 드라마 출연은 그의 인생을 바꿨다. "대장금이 크게 성공하면서 방송 진행보다 드라마 출연 제의를 더 많이 받았어요. 이때 인생의 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유학을 갔죠."

2004년 유학을 떠나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받고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미디어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해외에서도 대장금 덕에 외국인들이 그를 알아봐 인기인으로 지냈다. 덕분에 서울시 해외홍보대사로 활동했고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의 후원으로 설립된 세계백신면역연합의 한국 대표를 맡았다.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사무소를 준비하던 연합에서 한국 대표를 제안했어요."

세계백신면역연합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대규모 전염병 유행에 대비해 세계적인 면역체계 플랫폼을 갖추자는 제안을 했고 박 총장이 여기 필요한 준비를 했다. "면역체계와 스마트시티는 구성원을 위한 플랫폼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비슷해요. 이를 계기로 WeGO 사무총장까지 맡게 됐죠."

박정숙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 사무총장이 기구에서 만든 세계 스마트시티 지수와 서울 스마트시티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한국과 기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시티 관련 국제인증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WeGO 제공

박정숙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 사무총장이 기구에서 만든 세계 스마트시티 지수와 서울 스마트시티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한국과 기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시티 관련 국제인증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WeGO 제공

WeGO는 스마트시티를 준비하는 도시에 필요한 솔루션을 연결해 준다. "중동 국부펀드 등이 참여하는 연례 행사를 열어 투자사와 기업들을 도시에 연결하죠."

3년 동안 그가 강조한 것은 '인간 중심의 스마트시티'다. 인간 중심의 스마트시티란 구성원의 만족도가 높은 도시다. "이제는 디지털 기술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이 사회적 약자입니다. 디지털 약자가 나오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인간 중심의 스마트시티죠."

이를 반영해 그는 세계 스마트시티 지수를 만들고 서울 스마트시티상도 제정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과 함께 개발한 세계 스마트시티 지수는 기술 활용도와 함께 시민의 만족도가 반영된다. 그 결과 올해 지수에서 스위스 취리히가 1등, 서울이 17등에 올랐다. "세계 20위 안에 들면 스마트 정책을 잘 추진한 것이죠."

지난해 제정된 서울 스마트시티상도 마찬가지다. "도시 기반시설과 편리성, 시민 만족도 등을 반영해 전문가들이 심사해요. 그 결과 지난해 장애인 화장실 위치를 앱으로 알려준 브라질 상파울루와 뉴질랜드 웰링턴 등이 상을 받았어요."

9월까지 남은 임기 동안 그는 스마트시티 국제인증을 만들 계획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등 권위 있는 국제인증기구는 모두 해외에 있어요. 이제 한국에서도 국제인증제도가 나와야죠."

그래야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갈 것으로 본다. WeGO 회원사 중 미국 뉴욕과 워싱턴DC,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등 대도시가 빠진 것도 한국 위상과 관련 있다. "스마트시티에 적극적이지 않은 곳들이 빠졌어요. 한편으로 서울이 주도하는 기구에 들어오기 싫은 자존심도 작용했다고 봐요."

따라서 기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는 남편에게 종종 제도의 한계를 이야기한다. 남편은 국민의힘 30·40대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 간사를 맡고 있는 이재영 전 의원이다. "WeGO는 회원 도시들이 기부 형태로 제공하는 연간 최대 1,000만 원 회비로 각종 사업을 진행해요. 하지만 세계적 위상을 가지려면 한계가 있으니 민관합작투자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열어줘야 해요. 그래야 세계적 인재들이 서울에 모이면서 위상이 올라가죠. 결국 시와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이니 수익사업이 가능한 국제기구법을 만들 필요가 있어요."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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