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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간 갈등 풀겠다며 애꿎은 장애 유아들 30일간 분리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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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교에서 병설유치원 교사 간 갈등을 정리한다는 이유로, 장애가 있는 원생들을 통합학급에서 특수학급으로 한 달 넘게 분리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학교 관리자가 부당하게 특수교육대상 아동들을 차별한 행위로, 장애·비장애 아동이 함께 어울려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게 한다는 통합교육 취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교육계에서 나온다. 피해 아동 부모들이 책임자에 대한 엄정 조치를 촉구하는 가운데, 교육당국은 사안 조사에 착수했다.
1일 특수교육계와 교육당국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 K초등학교는 올해 6월 5일 병설유치원 소속 특수교육대상 유아 4명(발달지체 2명, 자폐성 장애 2명)을 교육과정 시간(오전 9시~오후 1시)에 통합학급에서 분리해 유치원 밖에 있는 교내 특수학급에서 지내도록 결정했다. 통합학급은 장애·비장애 아동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반이다.
올해 3월 개교한 K초교의 병설유치원에 입학해 통합학급에서 비장애 유아들과 어울려온 장애 유아 4명은 학교 측 조치로 입학 석 달 만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유아 특수학급에서 생활해야 했다. 자폐성 장애 아동은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눈물을 쏟았다. 한 발달지체 아동은 손가락으로 반 친구들이 있는 통합학급 쪽을 가리키고 교사의 팔을 끌어당기면서 원래 교실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다고 한다.
본보 취재 결과, 이 아동들은 6월 10일부터 7월 19일까지 수업일수 기준 30일간 통합학급에서 배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병설유치원 1학기 수업일수(96일)의 3분의 1에 가까운 기간 동안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원치 않는 분리를 당한 셈이다.
이런 조치를 두고 특수교육법에 규정된 통합교육 원칙을 학교 측이 부당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합교육은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 학교에서 장애 유형·정도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교육 책임자는 특정 수업 등 모든 교내외 활동에서 장애를 이유로 참여를 제한, 배제, 거부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발단은 병설유치원 통합학급 교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특수교사가 문제를 제기한 일이었다. 유치원 부장교사 A씨가 "이렇게 (장애 아동들을 유치원에) 밀어 넣고" 등으로 표현하자, A씨가 맡은 통합학급에서 장애 유아들을 함께 교육(협력교수)하는 특수교사 B씨가 "우리 애들이 못 올 곳에 왔느냐"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청했다. 이를 불쾌하게 여긴 A씨는 6월 초 학교에 B씨와의 분리를 요청했고, 학교는 이를 수용해 B씨를 통합교육 협력 업무에서 배제하면서 장애 유아들까지 통합학급에서 분리하는 조치를 했다. 장애 유아 분리는 A씨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절차상 하자 논란도 불거졌다. 장애 유아의 학사 변경은 교내 개별화교육지원팀 협의회를 거쳐야 하지만, 교감이 협의회 필수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지 않은 채로 부모들을 불러 분리 조치 동의를 받는 식으로 일이 진행됐다고 한다. 학교가 부모들에게 '교사 간 갈등으로 학급 분리 조치를 한다'고 밝히며 이런 내용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학부모들은 학교 관리자를 엄벌해 달라며 관할 교육지원청에 낸 탄원서에서 "이렇게 통보할 게 아니라, (분리가 아닌) 다른 방법도 찾아보고 나서 교사나 부모와 협의해야 할 일 아닌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장애 유아들을 교육적·물리적으로 분리·배제했다" "구체적인 분리 형태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용인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현재 사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K초교 교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교사 간 갈등이 장애 유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분리한 것이고 학부모 동의를 구했다"며 "다시 (부모들) 생각이 바뀌어서 방학 직전 통합교육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절차상 문제에는 "통합학급 교사의 병가 등으로 협의회 구성을 다 갖추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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