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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해상풍력 잠재력·기술력 엄청나지만 현실은 불모지" 영국 세계적 풍력기업 CEO의 안타까움

입력
2024.08.05 12:00
수정
2024.08.05 14:5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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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RE100 달성 가능한가]
영국 해상풍력 기업 '코리오' 조너선 콜 대표
2022년 한국 본격 진출…지역사회 발전 고민
"韓 엄청난 잠재력…항만·인프라·공급망 준비돼"

7월 12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사무실에서 조너선 콜 코리오제너레이션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코리오 제너레이션 제공

7월 12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사무실에서 조너선 콜 코리오제너레이션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코리오 제너레이션 제공


한국은 (해상풍력 확대에) 엄청난 잠재력이 있고 그 힘을 얼마나 빨리 개발할 건지는 스스로에게 달려 있습니다.

조너선 콜(Jonathan Cole) 코리오제너레이션 최고경영자(CEO)

7월 12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사무실에서 만난 조너선 콜(Jonathan Cole)은 수십 년 동안 전력업계에 몸담아온 개발 전문가다.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2007년 12월부터 약 14년 동안 스페인의 전력 기업 이베르드롤라에서 해상풍력 사업을 총괄했다.

한국에서 해상풍력 사업을 시작한 지 삼 년째. 해상풍력은 '탄소 없는 바다 유전'으로 불릴 만큼 유망하지만 한국은 불모지나 다름없다는 게 콜 CEO의 생각이다. 그는 "삼면이 해안인 한국은 엄청난 양의 자원이 있고 육상풍력은 상대적으로 개발에 한계가 있다"며 "해상풍력이 한국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 달성에 가장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영국에 본사를 둔 해상풍력 전문회사 코리오제너레이션(Corio Generation, 코리오)의 최고경영자(CEO)로서 글로벌 해상풍력 개발에 본격 뛰어든 것은 2022년 4월이다. 코리오는 영국 정부가 청정 에너지 확대를 목적으로 2012년 세운 국영 녹색투자은행(GIB)이 2017년 녹색투자그룹(GIG)으로 재출범한 이후 다시 GIG의 해상풍력 부문만을 떼 내 출범했다. 2022년 한국 법인을 설립해 한국의 풍력발전 개발에 진출한 뒤 같은 해 9월에는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 한국 플랜트 기업 SK에코플랜트와 손잡고 해상풍력 발전 프로젝트 '바다에너지'를 공동 추진 중이다.

콜 CEO가 한국 시장을 주목한 이유는 풍부한 해상풍력 잠재력 때문만은 아니다. 해상풍력은 제2의 조선업이라 할 정도로 조선, 해양플랜트 산업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콜 CEO는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들이 해외에서 해상터빈 구조물, 케이블, 선박 등을 활발히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항만 인프라와 중공업 관련 제작 기술을 지녔다"며 "또 수많은 공급망 기업을 가졌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해상풍력 시장 선두 국가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적 파트너십으로 지역사회에 긍정적 기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콜 CEO는 해상풍력 개발이 공익적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코리오는 해상풍력 발전이 지역사회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콜 CEO는 "우리는 전기 생산 수단 확보만을 보는 게 아니라 지역 인프라, 경제의 탈탄소화, 에너지 공급 및 전기 가격 안정을 위해 투자한다"며 "지역 일자리와 기술, 환경적 혜택에 대한 투자인 만큼 우리의 일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지역사회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지 회사 기술 개발에 투자하거나 현지 업체로부터 자재를 공급받기 위해 장기 계약을 맺는다"고 덧붙였다.

코리오는 2023년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 해상풍력에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규모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현재 한국에선 1기가와트(GW) 규모 고정식 해상풍력과 2GW 부유식 해상풍력을 개발 중이다. SK에코플랜트, 토탈에너지와 함께 울산시에서 60㎞ 떨어져 세계에서 가장 큰 1.5GW 규모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한국 시장을 향한 기대감과 달리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는 부족한 상황이다. 콜 CEO는 국내 공급망 구축과 함께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게 국제적으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부품은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내 공급망과 협력한다면 발전 단가를 더 빨리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며 "역내 공급망 구축에 있어선 한국이 중심부에 있으니 시너지를 내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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