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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컵 보증금제 정책에 마지막 보루 제주마저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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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제주 제주시 연동의 A프랜차이즈 커피숍. 매장 어디에도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알리는 안내문은 눈에 띄지 않았다. 제주지역 프랜차이즈 커피숍들이 지난해 4월 제도에 참여하기로 한 직후 매장 곳곳에 제도시행 안내문들이 도배되다시피 붙어있던 풍경과는 딴판이었다. 직원에게 테이크아웃으로 아이스커피를 주문해 받은 일회용컵에도 ‘300원’이 인쇄된 보증금 표시 라벨 스티커는 붙어 있지 않았다. 이 커피숍 업주는 “우리 매장뿐만 아니라 제주지역 내 중저가 프랜차이즈 커피숍 상당수가 더 이상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환경부가 제도 동참 조건으로 철석같이 약속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의무 시행을 없던 일로 하면서 제도 시행도 흐지부지 됐다”고 말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마지막 보루인 제주가 무너지고 있다. 제주지역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한때 동참 업체들이 늘면서 정착되는 듯했지만, 환경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이 발목을 잡으면서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2022년 12월 2일부터 제주와 세종이 전국 유이(唯二)한 선도지역으로 지정돼 시작된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에 음료를 구매할 때 보증금(300원)을 지불하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는 제도다. 보증금제 시행 초기 제주지역은 매출 감소 우려와, 타 지역과의 형평성을 내세운 중저가 프랜차이즈 커피숍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었지만 동참 업체들이 늘면서 지난해 9월에는 96.8%까지 참여율이 높아졌다. 일회용컵 반환율도 제도 시행 첫 달인 2022년 12월에는 9.6%(1일 평균 1,689개)에 불과했지만, 2023년 9월에는 69.7%(2만6,613개)까지 치솟았다.
제주지역에서 자리를 잡아가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는 지난해 9월 환경부가 전국 의무 시행 대신 ‘지자체 자율 시행’으로 돌아서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5월 기준 제주지역 일회용컵 보증금제 매장 참여율은 절반 이하(49.4%)로 떨어졌고, 컵 반환율 역시 55.1%(7,922개)로 곤두박질 쳤다.
제주시내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운영하는 한 40대 업주는 “가격 경쟁력으로 버티는 중저가 프랜차이즈 커피숍에겐 컵 보증금 300원은 매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불만이 많았다”며 “특히 매출이 훨씬 큰 대형 개인 커피숍 등은 제외한 채 전국 단위 프랜차이즈라는 이유로 영세한 가맹점만 적용하는 등 형평성에도 어긋나 포기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말하면 업주들이 반발하더라도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제도시행을 의무화했다면 제주가 제도 시행의 마중물이 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오정훈 제주프랜차이즈점주협회 대표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의무 시행은 어렵더라도 의무화 대상의 형평성 문제를 개선해 제주에서라도 유지했다면 제도 이탈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환경부의 일회용컵 정책을 누가 믿고 따르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문재인 정부가 2년여간 준비해 2022년 6월 전면 시행으로 행정예고까지 했으나 정권 교체 뒤 '코로나19로 중소 상공인에게 회복기간이 필요하다'며 전격적으로 6개월 시행을 유예했다가 다시 제주와 세종에서만 시행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꾸는 등 갈팡질팡했다.
매장 이탈이 가속화되자 제주도는 이탈 매장을 대상으로 제도 참여를 설득하는 한편 보증금제 대상이 아닌 업체(가맹점 100개 이하 프랜차이즈)에도 자율 참여를 유도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제주에서 효과를 검증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도내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도내 업체들 먼저 자발적인 동참이 절실하다”며 “일회용컵 회수보상제 시범 운영, 일회용컵 공공반납처 확대 등 다양한 대책들을 마련해 제도 정상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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