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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방에 다 터뜨린다"... 전 연인 사생활 폭로 협박한 BJ 집유 확정

입력
2024.07.31 11:28
수정
2024.07.3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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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전부 유죄→2심 일부 무죄 선고
사과 문자를 협박으로 볼지가 쟁점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자신에게 결별을 통보한 전 연인에게 사생활 유포를 들먹이며 겁박해 다시 만나자고 강요한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BJ)의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강요미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BJ 박모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31일 확정했다.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도 유지됐다.

박씨는 2020년 5월 아프리카TV 방송에서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는 대신 다시 만나자고 옛 연인에게 강요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피해자를 압박하기 위해 기자 약 30명에게 "데이트 폭행을 당했다"는 메일을 보내고, 피해자 회사에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을 허위 제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그는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20차례 보냈는데, 피해자 측에서는 이것을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행위'으로 인식했다. 재판에서의 쟁점은 '외견상 사과면서도, 내심으론 협박으로 읽힐 수 있는 문언'을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였다. 이를 기소한 검찰은 그 함축적 의미를 고려하면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검찰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지만, 전후 사정을 종합하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을 반복적으로 도달하게 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모든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결론은 달랐다. 피해자 감정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면 단순히 사과의 뜻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범죄가 성립돼, 형벌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항소심은 메시지를 보낸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전체적으론 죄질에 비해 1심 양형이 가볍다고 판단해 합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가중처벌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선고와 동시에 검찰에 상고를 당부했다. 앞서 1심 판결에 상심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보고받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피해자 가족이 수긍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인천지검에 지시한 걸 염두에 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이 맞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엔 정보통신망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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