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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체제 속의 노동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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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청춘 시절부터 오랫동안 산을 좋아했다. 특히 산봉우리와 산봉우리를 잇는 능선길 종주를 좋아했다. 능선길을 걷다 보면 거대한 산의 윤곽과 뼈대들이 보인다. 옛 일기를 들추어보면 경기 제1봉인 화악산 능선길을 걷던 감상이 기록되어 있다.
한북정맥의 완강한 척추와 뼈대, 근육들이 해일처럼 일어서 있는 곳
푸른 산들이 꿈처럼 떠 있는 곳
가을의 변방에 유배된 자의 쓸쓸한 표정이
길 위의 바스러진 낙엽처럼 남아 있으되,
낙엽송들이 황금빛 비늘처럼 빛나는 곳.
이런 취향 때문일까? 매사에 나무와 숲을 보기 전에 먼저 거대한 산의 윤곽과 뼈대들을 살펴보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져 있다. 노동시장정책도 마찬가지다. 그 뼈대를 결정하는 것은 거시경제체제이다. 거시경제 패러다임의 변동에 따라 노동시장정책의 대상자, 효과, 기본 논리가 함께 변동한다.
거시경제체제는 케인스주의(1945~1975), 통화주의(신자유주의)(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를 거쳐 뉴케인스주의(2000년대 중반~)로 이행해왔다. 거시경제체제는 분배정책, 사회정책, 복지정책 등 다른 정책들을 관통하는 정책패러다임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데, 이 거시경제체제가 노동시장정책의 가능성을 제약한다.
노동시장정책의 핵심 문제는 세 개다.
첫째, 구직자를 위한 고용촉진과 지원이다.
둘째, 고용안정성, 즉 고용보호입법의 문제이다.
셋째, 소득안정성, 즉 임금결정 시스템, 단체교섭, 복지국가를 통한 소득보장정책 등이다.
위 세 개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거시경제체제와 연관되어 있다. 노동시장정책들의 세부적인 내용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각국의 권력관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방향은 동일하다.
케인스주의하에서 경제정책의 목표는 완전고용이었고, 고용보장은 고용보호입법을 통해서 이루어졌고, 소득보장은 복지국가와 임금결정체계를 통해서였다.
통화주의하에서 실업과 인적자본의 비효율적 분배는 과잉 노동규제, 중앙교섭, 복지국가 때문으로 인식되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으면 노동시장은 균형에 도달할 것이었다. 1980년대 이후 대부분의 노동시장 개혁의 방향은 규제완화이고, 국가와 노조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시장은 불완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정책의 행위자로서 정부가 재등장했다. 뉴케인스주의는 통화주의와 달리 시장실패를 인정했다. 시장은 합리적이지도 완전경쟁적이지도 않았다. 정부는 투자와 개혁을 통한 고용 증가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적극적 역할을 인식했다.
이러한 뉴케인스주의하에서 고용정책은 구직자의 취업능력을 높이는 것이고, 고용보장보다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통한 노동자의 재숙련과 재취업이 강조되었으며, 노동의 탈상품화를 통한 소득보장보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통한 유연안정성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한국은 유럽 및 미국과는 다른 역사적 경로로 거시경제체제와 노동시장정책이 발전해 왔지만, 글로벌화, 서비스경제화, 지식경제화, 기술혁신 등 메가트렌드와 정책 학습에 따라 빠른 속도로 서구의 거시경제체제 및 노동시장정책과 많은 것을 공유해 가고 있다.
오늘도 여러 노동시장정책의 영역에서 이해당사자가 맞서고 국회에서는 여야가 격돌하고 있다. 노동시장정책의 정책결정자들과 이해당사자들은 노동시장정책의 큰 틀은 거시경제체제 패러다임 안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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