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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면세점 '큰 손' 유커, 복귀까진 멀었나…'옛 영광' 되찾으려 몸부림치지만

입력
2024.08.17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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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한한령 '쌍끌이 종료' 기대 불구
1인 당 구매액 줄며 매출 11% 증가
개별 관광 늘며 맛집 투어·관광에 집중
급감했던 유커, 올해 들어 점차 증가
관광 패턴 변화에 매장 축소 등 자구책

8월 13일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을 찾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모습. 박경담 기자

8월 13일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을 찾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모습. 박경담 기자


13일 서울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뒤편에 있는 롯데면세점 전용 엘리베이터에 타자 중국어가 조곤조곤 들렸다. 중국인 무리가 향한 곳은 9층 단체관광 데스크. 면세점 큰손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인 이들은 단체 등록을 마친 후 9~12층 사이에 있는 각 매장으로 흩어졌다. 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 등 명품 매장만큼 유커로 북적이는 곳은 K패션, K뷰티 업체로 채워진 9층이었다.

롯데면세점은 한류에 꽂힌 유커 등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끝나갈 무렵 9층을 이렇게 재단장했다. 합리적 가격대의 국산 브랜드를 한데 모아놓은 롯데면세점 전략은 통했다. MLB(의류), 아뮤즈(화장품), 해수엘(액세서리) 등은 유커가 통과 의례처럼 들르는 매장이 됐다.

기업 포상 휴가를 받아 한국에 온 왕즈옌은 "한국 화장품은 중국에서도 구할 수 있지만 면세점에서 사는 게 저렴하고 가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좋다"며 "친구들도 화장품 구매를 부탁해 여러 개 샀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5월 29일엔 유커 사이에서 입소문 난 액세서리 브랜드 쇼메의 매장 면적을 두 배 넓히기도 했다. 지난해 10월부턴 외국인 관광객을 매장에 오게 하도록 명동 홍보관을 운영하고 있다. 모두 유커 급감 등으로 떨어진 실적을 되살아나게 하려는 시도들이다.


유커 갈수록 늘지만, 절정 때의 20% 수준


8월 13일 서울시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에서 쇼핑 중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 박경담 기자

8월 13일 서울시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에서 쇼핑 중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 박경담 기자


최근 서울 명동, 홍대 등 전통 상권 로드숍에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붐비고 있는 모습과 반대로 'K쇼핑'의 한 축이었던 면세점은 '옛 영광'까지 한참 멀었다. 올해 들어 유커가 돌아올 조짐을 보이고 있긴 하나 절정일 때와 비교하면 2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면세점은 실적 반등을 위해 유커 유치와 함께 구조조정 등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16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면세점을 찾는 유커는 코로나19 종료에다, 지난해 8월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 관광 금지령을 풀면서 점차 늘고 있다. 유커 대부분은 호실적을 낸 중국 기업이 보내주는 포상 휴가 직원이다. 공짜 휴가를 즐기다 보니 씀씀이도 적지 않다. 유커 수에 따라 면세점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다.

실제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의 경우 7월 기준 일일 유커 방문객이 2,500명으로 1월 대비 40% 늘었다. 전체 면세점으로 넓혀보면 올해 상반기 유커를 포함한 외국인 구매 고객은 442만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96.3% 뛰었다.

하지만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에 온 일일 유커 수가 1만 명으로 가장 많았던 2017년과 비교하면 갈 길은 멀다. 2017년은 중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로 한국행 단체 관광을 막기 시작할 때다.


희망퇴직·매장 축소, 업계는 구조조정 중


8월 13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모습. 박경담 기자

8월 13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모습. 박경담 기자


면세점 구매 고객이 크게 늘어난 데 비해 매출은 찔끔 증가한 점 역시 뼈아프다. 한국면세점협회 집계 결과 상반기 외국인이 면세점에서 쓴 금액은 5조8,5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0% 느는 데 그쳤다. 1인당 구매액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유커가 전체 매출을 이끌 정도로 많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외국인 구매를 모두 더한 상반기 면세점 전체 매출 7조3,970억 원을 고려하면 연간 성적은 15조 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지난해(13조7,586억 원)보단 다소 나아졌지만 면세점이 가장 호황이었던 2019년 24조8,586억 원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알짜 실적인 영업이익으로 접근하면 면세점 상황은 더욱 부진하다. 2분기(4~6월) 신세계면세점, 신라면세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86%, 83.8% 감소했다. 또 롯데면세점은 2분기 영업손실 463억 원을 기록했다.

A면세점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 중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비중이 큰 면도 영업이익을 낮추는 요인"이라며 "다이궁에겐 송객 수수료를 지급해야 해 유커 같은 단체 관광객과 비교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각 면세점은 손님 모시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매장 면적을 넓힌 쇼메를 비롯해 프레드, 다미아니 등 자사 점포에서만 살 수 있는 인기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명동 홍보관은 외국인 관광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각종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열고 할인 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월 캐세이퍼시픽항공과 업무협약을 맺고 항공사 회원이 물품 구매 시 1,000원당 1마일리지를 지원해 주고 있다. 월 최대 500마일리지까지 모을 수 있다.

최근 희망퇴직, 매장 축소 등 구조조정에 돌입한 롯데면세점처럼 허리띠를 졸라매 실적 악화를 만회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다만 유커 등 중국인 관광객이 자국 경기 부진으로 예전처럼 해외 여행을 활발하게 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면세점 실적이 반등하기엔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다.

B면세점 관계자는 "단체 관광보다 개별 관광으로 외국인 여행 경향이 바뀌고 맛집투어, 팝업스토어 등 쇼핑보다 관광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면세점 입지가 약해졌다"며 "결국 유커 회복이 면세점 반등을 위한 관건인데 중국 경기 회복 여부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경담 기자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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