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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출산 그리고 대한민국

입력
2024.08.01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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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최근 ‘국가 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위를 차지해 역대 최고 순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인구 경쟁력 분야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청장년들은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다. 정부는 인구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한편, 일-가정의 양립, 주거 마련 및 결혼·출산·양육 등 지원 대책을 수립하느라 바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혼인신고를 한 사람에게 ‘혼인세액공제’를 통해 결혼 비용을 지원한다. 또 결혼 가구의 주택도 지원하기 위해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액에 대한 소득공제를 무주택 세대주의 배우자에게도 적용한다. 여기에 1주택을 보유한 남녀가 혼인해 ‘1가구 2주택’이 된 경우, 10년 동안 ‘1가구 1주택자’로 간주해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특례를 적용한다. 아울러 근로소득자 본인 또는 배우자의 출산으로 인해 기업으로부터 받는 출산지원금 전액이 비과세된다.

정부의 이런 세법 개정안에 대해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혼인율·출산율이 오를까?”, “정부가 노력하는 모양을 내려는 것 아닐까?” 등이다. 그러나 국가가 신혼부부에게 세액공제를 통해 축의금을 주거나 기업이 지급한 출산지원금에 대한 세금 부과를 자제하는 것은 권장할 만하다. 또 무주택 세대주와 배우자의 청약저축 납입액을 동일하게 취급하거나 혼인으로 인한 1가구 2주택에 대해 불이익을 거두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

주택과 교육은 결혼 및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국가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주택 시장가치 상승분을 근로자가 노력을 통해 감당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근로자의 임차인 생활을 지원하는 것에 그칠 일이 아니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기업 등과 공유 등기를 통해서라도 주택을 먼저 소유한 후, 노력을 통해 완전한 소유권을 얻도록 지원해야 한다.

공교육을 충실히 이수했다면, 되도록 동일한 취업 출발선에 서야 한다. 학교는 모판이다. 학업 평가는 최대한 성긴 그물로 이뤄져야 한다. 어린 시절 학교에 갇힌 경쟁이 평생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용납될 수 없다. 학교가 대다수에게 희망보다는 좌절을 안기기 때문이다. 경쟁은 계속돼야 하고 출발신호는 인생 단계마다 울려야 한다. 출발신호 이후의 경쟁이 가장 정의롭고 건전하다.

이번 세법 개정안은 결혼 및 출산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대안들이다. 행복한 가정과 자녀를 기대하는 부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폄훼하거나 무시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효과적인 정책의 시행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준봉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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