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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언론보다 유튜브를 믿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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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요즘 정치가 워낙 파란만장해 벌써 잊히긴 했지만 6~7년 전만 해도 유튜브는 보수 우위의 공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때문이다. 미르재단·태블릿PC 관련 특종을 연이어 터뜨린 건 보수 언론이 소유한 종합편성채널들이었다. 그 보도 이후 국정농단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모든 매체가 관련 보도를 앞다퉈 쏟아냈다. 보수 언론마저 믿을 수 없게 된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태극기 부대는 혼돈에 빠졌다. 그들에게는 탈출구가 필요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죄가 없고 태블릿PC는 가짜였다"라는 말을 해줄 매체. 그들이 찾은 대안은 유튜브였다.
보수 지지층이 대거 유튜브로 유입됐다. 우리나라에서 유튜브가 붐을 이루기도 전, 채널은 몇 개 없는데 시청자가 폭증하니 보수 유튜브가 흥행하는 건 당연했다. 채널마다 수많은 구독자가 모였다. 반대로 진보 진영 유튜브는 지지부진했다. 유튜브 여론 지형에서 밀린 더불어민주당은 2018년 방송법 개정을 통해 "유튜브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튜브에선 가짜뉴스가 횡행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상황이 바뀐 건 조국 사태부터다. 많은 언론이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일가의 의혹을 파헤쳤다. 민주당 정치인들은 언론이 검찰 발표를 받아쓰기만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때 소위 '대안 미디어'를 표방하는 유튜버들이 언론에 대한 분노로 끓고 있던 지지자들의 가슴을 사이다처럼 뚫어줬다. 정권이 바뀌고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그 불신의 정도는 더욱 심화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땐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의 '받아쓰기'에 열광하던 이들이 이제는 "언론이 검찰의 애완견이 됐다"라고 한탄한다.
성향이 다른 매체의 기사를 보다 보면 불편할 때가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이 취재한 사실(fact) 자체는 믿고 존중한다. 사실관계가 틀린 기사를 밥 먹듯이 쓰는 언론이라면 회사를 수십 년 이상 유지해 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건 법으로 신문과 방송을 관리·감독하는 우리 사회를 향한 신뢰이기도 하다. 물론 기성 언론을 불신하는 양당 정치인과 그 지지층의 심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 언론을 믿지 못해서 기껏 믿는다는 게 유튜브라는 건 참담하다. 설령 언론이 편향되고 왜곡된 보도를 일삼는다고 한들, 최소한 이들은 아동학대로 희생된 아이의 아빠를 사칭해 모금한 후원금으로 간장게장을 사 먹는다든지, 제보자가 아니라는 데도 "술자리는 있었다"라며 허무맹랑한 의혹을 제기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불법 촬영, 개인정보 유출, 주거침입 등을 수시로 일삼는 이들 유튜버는 대안 언론이 아니라 '사이버 레커'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유튜브만 믿어! 유튜브가 진실이야!" 3년 전, 한강 의대생 실종 사건을 다룬 한 방송에서 어떤 시민이 남긴 이 말은 2030세대에서 한때 유행어로 쓰였다. 확증 편향에 사로잡혀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분간 못 하는 이들을 조롱하는 밈이었다. 진영을 대표하는 논객, 유력 정치인들의 입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오는 걸 보면 이제 유튜브만 믿는다는 이 말을 단순한 우스갯소리로 여겨선 안 될 것 같다. 어쩌다 우리 정치 수준이 이 정도로 떨어지게 됐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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