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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받는 전직 사법부 수장, 대법원 사건 수임 온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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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 형사사건 상고심 변호인에 등록했다고 한다. 5월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변호사 등록을 최종 승인받은 이후 본격적으로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사건 정점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긴 했지만 여전히 항소심에서 유∙무죄를 다투고 있다.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전직 대법원장이 대법원 형사사건을 수임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온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9년 부산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2명이 추락사한 사건으로 기소돼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2월부터 대법원 심리를 받고 있는 건설사 한신공영의 변호인으로 선임계를 제출했다고 한다. 한신공영은 형사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영업정지 행정소송에 영향 줄 것을 우려해 상고심 단계에서 변호인단을 교체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사법부 수장이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한 사례가 있긴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엄격해지는 추세다. 전직이 퇴임 후 로펌으로 이동해 전관예우를 누린다면 현직 대법원장의 권위가 그만큼 훼손되는 게 당연하다. 그가 대법원장으로 재직한 시기(2011~17년)는 조희대 현 대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재직한 시기(2014~20년)와 상당 기간 겹치기까지 한다.
물론 그가 변호인으로 활동하는 데 법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그는 사법농단 의혹 사건으로 구속기소돼 4년 11개월 만인 올 1월 1심에서 47개 범죄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변호사법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일정 기간 변호사가 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사법농단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1심 재판부의 판단도 현행법상 판사는 다른 재판부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이 없어 권한을 남용할 수 없다는 것일 뿐, 특정 재판부 선고에 개입하려 한 행위 자체가 없었다고 본 게 아니다. 항소심에서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법부의 신뢰는 양승태-김명수 대법원 12년 동안 사법의 정치화 논란으로 한없이 추락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일말의 책임이라도 느낀다면 지금이라도 변호인 활동을 접고 학계에서 후학 양성 등에 힘쓰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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