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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지원' 가자 개입 시사한 에르도안... 이스라엘 "후세인 같다" 비난

입력
2024.07.29 08:57
수정
2024.07.2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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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등 '군사 개입' 사례 언급하며
이스라엘 영토 진입 가능성 내비치자
이 "후세인 끝을 기억하라" 즉각 반발

지난해 10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수도 앙카라의 의사당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 의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앙카라=AFP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수도 앙카라의 의사당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 의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앙카라=AFP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 비판에 앞장서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을 돕겠다며 직접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18년 전 처형된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에 빗대며 강하게 반발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통신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 정의개발당(AKP) 회의에서 가자지구 전쟁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만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우리는 매우 강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나고르노카라바흐(이란과 러시아 사이 소캅카스산맥의 산악 지역)에 들어갔던 것처럼, 그리고 리비아에 들어갔던 것처럼 우리는 똑같이 할 수 있다"며 군사적 개입 가능성도 내비쳤다.

지난 몇 년간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동 또는 유럽 내 국가의 지정학적 갈등에 여러 차례 개입했다. 2020년 내전 중이던 리비아에서 동부 군벌 세력의 공격으로 위기에 처한 서부 리비아통합정부의 군사 지원 요청을 받아들여 병력을 파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튀르키예는 같은 해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나고르노카라바흐 내전에도 참전해 아제르바이잔에 드론 등 무기를 지원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이 '나고르노카라바흐'와 '리비아'를 언급한 것은 튀르키예군이 '팔레스타인 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워 이스라엘 영토 안에 진입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사담 후세인의 길을 걷고 있는 에르도안이 이스라엘을 위협하고 있다"며 "그는 당시 그곳(이라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사태가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은 2003년 미국 등의 이라크 침공으로 축출됐고, 2006년 이라크 법원 판결에 따라 사형을 당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對)이스라엘 초강경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본토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 그는 줄곧 "하마스는 테러 조직이 아니라 해방단체"라고 옹호하며 이스라엘을 맹비난해 왔다. 급기야 올해 5월 튀르키예는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인 대량 학살을 비판하며 '이스라엘과의 교역 전면 중단'도 선언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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