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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없는 기각 위법” 인권위원 전횡에 제동 건 법원

입력
2024.07.29 00:10
27면

언론을 기레기, 인권시민단체를 인권장사치라고 부르는 등 막말 논란을 빚은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위원 1명만 반대해도 사건을 자동 기각할 수 있도록 하는 규칙 개정을 추진하며 전원위원회 출석 거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언론을 기레기, 인권시민단체를 인권장사치라고 부르는 등 막말 논란을 빚은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위원 1명만 반대해도 사건을 자동 기각할 수 있도록 하는 규칙 개정을 추진하며 전원위원회 출석 거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가인권위원회 여권 추천 위원들이 위원 1명만 반대해도 사건을 자동 기각하도록 하는 규칙 개정을 추진하며 인권위가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위법성을 지적하고 제동을 걸었다. 인권위 퇴행을 제지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나, 내부 반성과 인적쇄신 없인 인권위 정상화에 한계가 크다.

지난 26일 서울행정법원은 정의기억연대가 인권위를 상대로 낸 진정사건 기각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수요집회를 개최해온 정의연은 보수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열고 욕설, 혐오발언, 명예훼손을 해온 데 대해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의 김병헌 대표 등을 모욕 등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리고, 인권위마저 지난해 9월 진정을 기각했다.

당시 소위 위원 1명은 인용을, 소위원장인 김용원 위원 등 2명은 기각을 주장하며 합의가 되지 않았다. 인권위법 13조2항은 “소위원회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만장일치가 되지 않으면 전원위원회에 회부해왔으나, 김 위원은 “3명 합의가 안 되면 기각”이라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아 거센 비판을 받았다. 나아가 이런 식으로 1명만 반대해도 기각할 수 있도록 규칙 개정까지 추진하며 송두환 인권위장과 대립하고 있다.

재판부가 명확히 위법성을 지적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인권위법 입법취지로 볼 때 진정을 기각하는 경우에도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20년이 넘는 동안 진정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3인 이상 찬성해야 기각해오다가 이렇게 진행하는 건 평등의 원칙과 신뢰 보호 원칙에 어긋난다”고 짚었다.

이번 판결로 인권위 진정사건들이 무책임하게 기각되는 사례는 막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반(反)인권적 인사들이 장악해가는 인권위 문제점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더구나 지난 정권에서 선임된 송 인권위장이 9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후임 위원장 인선은 ‘인권 수호의 보루’라는 인권위 정체성을 최우선에 둬야 하며, 그래야만 인권위 신뢰 회복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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