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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 차게 출발한 '5박 6일' 필리버스터… 與 "무기력 느껴"

입력
2024.07.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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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4법 무제한 토론 나선 여야 체력전
與 배준영, 우 의장 향해 "법안 상정 막아달라"
필리버스터에도 결국 야당 뜻대로 법안 통과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6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의석이 텅 비어 있다. 뉴시스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6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의석이 텅 비어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방송4법' 국회 통과 저지를 위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맞불을 놓고 있다. 하지만 야당이 '강제종료' 조항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법안이 순차적으로 통과되고 있어, 국민의힘 내부에서 실효성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28일 성명을 통해 "지난 25일부터 여야 국회의원들과 의장단은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다"면서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오로지 국회의장의 결정에 달려 있다"라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이 꼬박 밤을 새워가며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 개정안·방송법 일부개정안 등을 막지 못한 채 체력 소모만 계속되자 우원식 의장을 향해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다음 달 1일 본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과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을 처리할 방침이라 '필리버스터 정국'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배 수석은 "운명이 뻔히 정해진 법안에 대해서는 상정 안 하시면 된다"며 "그러면 무제한 토론을 하기 위해, 듣기 위해, 끊기 위해 꼭두새벽이나 한밤중에 민생을 위해 힘 쏟아야 할 300개 헌법기관들이 모이지 않아도 된다"고 읍소했다.

與 내부서 "에너지 낭비" "무기력" 토로

추경호(오른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반대하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추경호(오른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반대하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배 원내수석의 읍소가 우 의장을 향해 있지만, 사실상 여당 내부에서 실효성을 둘러싼 이견이 노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당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이날 "(필리버스터가)불합리한 법안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수단밖에 안 된다"며 "에너지 낭비"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지지층 결집과 언론 노출 효과 등을 노리지만, 정작 국민들의 관심 밖에 있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에 동참한 한 초선 의원도 "그래봤자 표결을 24시간 늦추는 것뿐"이라며 "소수당으로서 별다른 돌파구가 없다는 데 대해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필리버스터가 길어지는 사이 민생은 뒤처지고 있다. 방송4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오는 30일까지 100시간 넘게 이어질 예정이다. 8월 본회의가 열리면 여야의 대치 국면은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여야 갈등 속 정부가 최근 내놓은 세법 개정안에 대한 협의와 연금·의료 개혁 등 현안 해결에 집중해야 할 공력을 결국 필리버스터에 쏟아붓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문제는 필리버스터 외에 야당에 맞설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필리버스터는 소수당이 가진 유일한 저항의 수단"이라며 "24시간으로 제한하면서 충분히 의미를 살리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서라도 국민께 호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형식적 절차에 따라 무조건 필리버스터를 진행해야 한다는 방식에는 회의적"이라며 "결의대회나 시도당 간담회 등을 통해 법안의 부당함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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