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막일 프랑스 고속철 선로 연쇄 방화 공격… 공항에 폭발물 경고도

3개 노선 방화 추정 화재... 인명 피해는 없어
열차 운행 차질로 승객 80만 명 발 묶여
프랑스 경찰, 주요 기차역 배치 병력 증원
남동부 유로공항에서는 폭탄 경고 발령도

26일 프랑스 철도 노선이 교통망 마비 공격을 받아 열차 운행에 대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날 파리 몽파르나스역에 기차를 타러 온 시민들이 발이 묶인 채 대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4 파리 하계올림픽 개막 당일인 26일(현지시간) 프랑스 고속열차(TGV) 등 주요 철도 노선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잇따라 승객 수십만 명의 발이 묶이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같은 날 프랑스 남동부의 주요 공항에는 폭발물 경고가 발령돼 시민들이 급히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프랑스 3개 고속철도 노선 방화… "총 80만 명 승객 피해"

프랑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국영 철도 운영사 에스엔시에프(SNCF)는 전날 밤 수도 파리에서 릴, 르망·투르, 스트라스부르 방면으로 각각 이어지는 북·서·동부 3개 고속철도 노선의 선로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철도 운행 설비가 훼손되고 전력 공급이 끊겼다. 파리-릴 노선을 이용해 영불해협을 통과하는 유로스타 열차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SNCF는 "프랑스 전역의 고속철도가 여러 악의적 행위에 시달렸다"며 "철도망을 마비시키기 위한 대규모 공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회 노선을 이용한다고 해도 대부분 열차의 운행 취소가 불가피하며, 복구 작업은 주말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 피에르 파랑두 SNCF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교통망 공격으로 주말까지 80만 명의 승객이 피해를 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024 파리 하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25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과 센강 인근의 파시 지하철역 앞 도로가 헌병대원들의 통제로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파리= 뉴스1

"사전 준비된 공격"… 올림픽 앞두고 긴장감

이번 선로 화재로 별다른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파리와 프랑스 전역에서는 올림픽 개막 당일부터 '조직적 테러' 우려로 긴장이 고조된 분위기다. 프랑스 경찰 당국은 주요 기차역에 경찰 병력을 증원 배치했다. 검찰이 방화 사건 수사에 나선 가운데, 현재까지 올림픽을 겨냥한 직접 공격인지 확인할 수 있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AFP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이번 공격은 사전에 준비됐고 잘 짜여졌다"며 "중추를 노린 만큼 철도망의 어느 지점을 공격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파트리스 베르그리에트 프랑스 교통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가진 증거들은 이것이 고의적인 공격이었음을 보여준다"며 "상황 발생 시간대, 현장에서 발견된 방화 장치, 도망치는 차량 등 모든 것이 방화를 가리키고 있다"고 했다. 아멜리 우데아 카스테라 스포츠장관은 TV에 출연해 "여행객과 (올림픽 출전) 선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모든 대표단을 제때 경기장으로 수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쯤에는 프랑스 남동부 스위스·독일 국경 지대에 위치한 유로공항에서 폭탄 경고가 발령돼 터미널 내 모든 승객들이 대피하는 일이 있었다. 폭발물 제거반이 투입돼 수습하는 동안 공항은 즉시 폐쇄됐으며 항공편 운항도 일시 중단됐다. 현재는 항공편 운항이 재개되고 있다. 유로공항은 프랑스 지방 공항 가운데에서도 규모가 큰 편으로, 지난해 이곳을 이용한 승객만 800만 명에 달한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