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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손해배상해야"

입력
2024.07.26 18:05
수정
2024.07.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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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소멸시효 기점은 2018년 10월"
판례에 따라 일본 기업 배상 책임 인정
유족, 국내자산 대상 강제집행 곧 결정

김영환(오른쪽)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과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 직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환(오른쪽)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과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 직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유족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앞서 대법원이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일본 측 주장을 물리친 후, 일본 기업 측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유족 측은 판결을 환영하면서 일본 기업의 배상 이행을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최파라 판사는 강제동원 피해자 2명의 유족 10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6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피해자들은 각각 1942년 10월부터 1944년 11월까지, 1943년 1월에서 1945년 9월까지 강제 동원돼 일본제철에 강제로 노역했다.

일본제철이 지급해야 한다고 법원이 인정한 액수는 총 1억2,000여만 원으로, 청구금액 전부가 인정됐다. 배상금을 가집행할 수 있다는 판단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일본제철)는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고 일본 제국주의의 팽창을 위해 침략전쟁을 수행하려는 일본 정부에 적극 협력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통상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비슷한 취지 다른 소송에서 쟁점이 됐던 소멸시효에 대해선 앞선 대법원 판결을 따랐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가해자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혹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와 피해자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 소멸한다. 다만, 권리 행사에 장애사유가 있다면 장애사유가 제거된 시점부터 계산해 3년 안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8년 판결한 후에야 비로소 피해자들의 사법구제 가능성이 확실해졌다는 취지로, 소멸시효 출발점을 2018년 10월 30일이라고 결론 냈고, 올 1월에도 비슷한 취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날 대법원 판단을 근거로, 피해자들의 소 제기 시점은 2019년 4월 4일로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봤다.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 임재성 변호사 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변론센터 대리인단은 법원 판단을 환영했다. 대리인단은 "피해자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일본 가해 기업에 그 책임을 묻는 법원 판결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쌓여가는 청구서는 마땅히 일본 기업으로 가야 하고 일본 기업이 이 청구서를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가집행 선고까지 이뤄진 만큼 대리인단은 피해자 유족과 협의해 일본제철 국내 자산에 대한 집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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