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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의 바다, 그리고 인생

입력
2024.07.29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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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평화로운 바다 위를 운행하던 화물선 앞에 어디선가 비구름이 잔뜩 몰려와 앞을 가로막고 있다. 부산=왕태석 선임기자

이른 새벽 평화로운 바다 위를 운행하던 화물선 앞에 어디선가 비구름이 잔뜩 몰려와 앞을 가로막고 있다. 부산=왕태석 선임기자

요즘 날씨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다가도 갑작스러운 폭우로 당황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변덕스러운 날씨는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과 닮았다. 특히 바다는 그 변화가 더욱 극심하다. 지난 주말 부산 이기대의 앞바다에서 경험한 놀라운 장면은 이 사실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해가 뜨는 새벽녘 화물선 한 척이 평화로운 바다 위를 운행하고 있다.

해가 뜨는 새벽녘 화물선 한 척이 평화로운 바다 위를 운행하고 있다.

눅눅한 열대야에 몸을 뒤척이다 찾아간 이기대 언덕. 그곳에서 내려다본 새벽바다는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하지만 서서히 먼동이 트기 시작하자 바다는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서쪽 하늘에서 순식간에 나타난 비구름은 수평선에서 한가롭게 운행하던 화물선을 집어삼켰고, 그곳에만 거센 빗줄기를 뿌리며 바다를 뒤흔들었다. 아마 그 배에 있던 선원들은 갑작스러운 돌풍과 빗줄기에 매우 놀랐을 것이다. 바람 없는 고요한 언덕에서 바라본 ‘바다 위 기상변화’는 바람 잘 날 없는 인생처럼 느껴졌다.

새까만 하늘과 바다 사이에, 동쪽에서 해가 뜨면서 가운데부터 점점 밝아지고 있다.

새까만 하늘과 바다 사이에, 동쪽에서 해가 뜨면서 가운데부터 점점 밝아지고 있다.

바다의 날씨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다. 우리의 삶도 먹구름 속을 항해하는 배처럼 순간순간 막막하기만 하다. 잔잔한 일상을 보내다가도 역경에 부딪히고, 절망의 순간에 희망을 찾기도 한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인간은 작은 존재일 뿐이지만, 우리는 가끔 그 위대함을 통해서 삶의 지혜를 얻는다. “거친 풍파에 기죽지 마라, 곧 햇살이 떠오를 테니”라고 바닷바람이 내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부산 앞바다에 먹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빛 내림이 일어나고 있다.

부산 앞바다에 먹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빛 내림이 일어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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