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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양정모, 10호 이경근, 50호 하태권-김동문...이제 100번째 주인공을 기다린다

입력
2024.07.27 04:30
수정
2024.07.28 10:5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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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첫 낭보
무더위 잊고 흥분과 감동으로 뒤덮여
그로부터 48년 후 어느덧 100호 금메달 눈앞
유력 후보는 역시 효자 종목 양궁

여자 양궁 대표팀 임시현(오른쪽부터), 전훈영, 남수현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랭킹라운드전을 1위로 마친 뒤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효자 종목 양궁은 4개 남은 한국 선수단의 하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을 장식할 수 있는 유력 후보다. 파리=서재훈 기자

여자 양궁 대표팀 임시현(오른쪽부터), 전훈영, 남수현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랭킹라운드전을 1위로 마친 뒤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효자 종목 양궁은 4개 남은 한국 선수단의 하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을 장식할 수 있는 유력 후보다. 파리=서재훈 기자

1976년 8월 1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여름날. 멀리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낭보가 날아왔다. “국민 여러분 기뻐해 주십시오. 한국 레슬링 양정모 선수가 드디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경기 실황을 중계하는 라디오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흥분과 감격으로 떨렸다. 일요일이라 발행하지 않던 신문들도 호외를 뿌려가며 감동의 순간을 전달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대회 하계올림픽은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겪은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다. '광복의 달 첫날 첫 휴일 아침에 전해진 양정모 선수의 금메달 쟁취 소식은 마치 광복과도 비슷한 감격과 흥분의 밀물을 전국에 몰아왔다. 시민들은 가정에서, 거리에서, 일터에서 그리고 피서지에서 일제히 건국 이후 첫 금메달을 축하했다'는 당시 한국일보 기사가 그날의 감동을 짐작하게 한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양정모 선수가 시상대 맨 위에 서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양정모 선수가 시상대 맨 위에 서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48년 태극기를 달고 런던 올림픽에 처음 출전했던 우리나라는 양정모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남자 자유형 62㎏급에서 28년 묵은 금맥을 캤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이 한국인 최초로 남자 마라톤 금메달을 목에 걸긴 했지만 그의 가슴엔 일장기가 달려 있었고, 타국 하늘에 애국가를 울리지 못했던 한을 양정모가 풀었다.

1호 금메달이 터진 이래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전후로 스포츠 강국 반열에 진입했다. 그리고 어느덧 26일(현지시간) 막을 올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하계 대회 통산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까지 하계 대회에서 통산 96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2008년 베이징과 2012년 런던에서 가장 많은 13개씩 금메달을 따냈고, 1988년 서울과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12개씩 획득했다. 통산 메달 수는 금메달 96개, 은메달 91개, 동메달 101개 등 총 288개다.

파리에 입성한 대한민국 대표팀의 훈련과 경기 모습을 모아 만든 오륜기와 에펠탑. 파리=서재훈 기자

파리에 입성한 대한민국 대표팀의 훈련과 경기 모습을 모아 만든 오륜기와 에펠탑. 파리=서재훈 기자

이제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보태면 한국은 통산 100호 금메달 이정표를 세운다. 이번 대회 목표로 금메달 5개 이상, 종합 순위 15위 이내로 잡고 있어 파리 하늘에 100번째 애국가가 울려 퍼질 것이 유력하다. 앞서 우리나라 10호 금메달은 1988년 서울 대회 유도 이경근, 50번째 금메달은 2004년 아테네 대회 배드민턴 남자 복식 하태권-김동문이 차지했다.

하계 대회 금메달 100개는 지금까지 12개 나라(소련·동독 제외)만 달성한 기록이다. 미국이 1,061개로 가장 많고, 러시아는 소련 시절을 더해 542개다. 독일 역시 서독, 동독 시절을 포함해 410개의 금메달을 가져갔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263개(전체 4위)로 가장 많고, 일본이 169개(전체 9위)로 그 뒤를 잇는다.

최고의 효자 종목은 역시 양궁이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양궁은 금메달을 무려 27개나 명중시켰다. 종주국 태권도가 12개로 뒤를 잇고, 유도와 레슬링은 11개씩 따냈다. 이 밖에도 사격(7개) 배드민턴(6개) 펜싱(5개) 복싱 역도 탁구(이상 3개) 체조 핸드볼(이상 2개) 수영 육상 야구 골프(이상 1개)에서 금메달이 나왔다.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사격 진종오. 한국일보 자료사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사격 진종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장 많이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사격 진종오와 양궁 김수녕(이상 4개)이다. 진종오는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까지 4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수녕은 1988년 서울 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2관왕에 올랐고,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와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도 1개씩 추가했다. 이 외에 멀티 메달리스트도 대부분 양궁이다. 2021년 도쿄 대회 때 첫 3관왕을 달성한 안산을 비롯해 박성현, 기보배, 윤미진이 나란히 3개씩 수확했다.

통산 100번째 금메달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최소 3개 이상의 금메달을 바라보고 있는 양궁에서 터질 가능성이 높다. 양궁 대표팀은 대회 첫날 대진을 가르는 랭킹 라운드부터 매섭게 활 시위를 당겼다. 여자 양궁 에이스 임시현은 개인전에서 694점을 쏴 세계 신기록과 올림픽 기록을 동시에 갈아치우고 당당히 1위에 올랐다. 2위도 688점을 기록한 남수현이다. 13위(644점)에 자리한 전훈영까지 3명을 합산한 총점은 2,046점으로 역시 올림픽 기록이며, 단체전 전체 1위다.

남자 대표팀도 베테랑 김우진이 686점을 찍어 전체 1위로 통과했고, 도쿄 올림픽 2관왕 김제덕이 682점으로 뒤를 따랐다. 이우석은 681점으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순위가 낮지만 그래도 전체 5위다. 이들의 합산 점수는 2,049점으로 단체전 1위다. 도쿄 대회부터 신설된 혼성 종목에는 남녀 1위를 차지한 임시현과 김우진이 출전해 최대 3관왕까지 노려볼 수 있다.

양궁은 한국시간으로 29일 여자 단체전 결승, 30일 남자 단체전 결승, 2일 혼성전 결승, 3일 여자 개인전 결승, 4일 남자 개인전 결승을 각각 치른다. 다른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오지 않더라도 양궁에 걸린 5개 종목에서 4개를 휩쓸면 100번째 금메달을 장식한다.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오상욱(왼쪽)과 구본길이 24일 프랑스 파리 외곽 생드니에 위치한 올림픽 선수촌 내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생드니=서재훈 기자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오상욱(왼쪽)과 구본길이 24일 프랑스 파리 외곽 생드니에 위치한 올림픽 선수촌 내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생드니=서재훈 기자

초반 단체전에서 양궁이 순조롭게 금메달을 수확하고, 수영과 사격에서 깜짝 금메달이 나오면 다른 종목에서도 100호 금메달을 기대할 수 있다.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등 ‘황금 세대’를 자랑하는 남자 계영 대표팀과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어펜져스’로 불리는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서승재-채유정의 배드민턴 혼합 복식이 100번째 영예를 안을 수 있는 후보들이다.

파리 =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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