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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일본 아니면 가족여행 안 간대요"...한일관계 신인류 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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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던 일본은 이제 한국과 동등하게 마주 선 관계가 됐다. 활발한 문화 교류로 MZ세대가 느끼는 물리적 국경은 사라졌고, 경제 분야에서도 대등한 관계로 올라섰다.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한일 관계의 현주소와 정치 외교적 과제를 짚어본다.
#. “애들이 일본 아니면 여행을 안 간대요.”
서울에서 중학생 두 딸을 키우는 40대 심모씨는 이번 여름방학에도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예전엔 늘 동남아시아 휴양지로 갔지만 사춘기인 첫째 딸이 지난해 일본이 아니면 가족여행을 안 가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모습에 일본에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그도 할 수 없이 지난해 휴가를 일본에서 보냈다. 아이들은 “길을 걷기만 해도 좋다”며 일본문화에 흠뻑 빠져들었고, 그도 어디를 가도 깔끔한 일본이 마음에 들어 친정 식구들과 한 번 더 방문했다. 심씨는 "내년 1월 딸의 중학교 졸업 여행도 도쿄로 가기로 했다"며 "지인의 중학생 자녀도 유럽 여행 대신 일본을 택할 정도로 10대들에겐 일본이 '1순위 국가'"라고 말했다.
#. “서울의 영화관에서 ‘인사이드 아웃2’를 한국어로 봤어요.”
지난 6월 서울로 여행 온 일본인 미야자키 나나코(23). 그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먼저 개봉한 이 영화를 한국어 더빙으로 봤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7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한 덕분에 가능한 여행 코스였다. 그는 그룹 워너원의 황민현의 팬이 되면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혐한 감정이 심했다. 미야자키는 “조부모님께 한국이라는 나라와 개인은 분리해서 생각해달라고 말했고, 제 뜻을 이해해주셨다”며 “내년 봄에도 한국의 바다나 시골을 여유롭게 여행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1020 세대는 '한일관계의 신인류'다. 이들은 양국의 역사·정치·외교 문제를 문화와 분리해서 받아들인다. 상대국 문화의 고유한 매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즐기고, 기성세대의 생각에도 균열을 낸다.
일본의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는 K팝과 한국의 드라마, 음식에 열광한다. 이들은 여행이나 단기 어학연수를 위해 한국을 자주 찾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 관광 온 일본인 중 30세 이하 비중이 42.3%로, 10년 전(26.6%)보다 15.7%포인트 늘었다.
이들은 ‘한류의 성지’라 불리는 도쿄 신오쿠보에서 한국문화를 간접 체험한다. 신오쿠보에서 한국식 치킨과 주꾸미볶음을 먹고 한국 카페 분위기를 재현한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식이다. 재일동포보다 한국어를 잘 하는 Z세대도 적지 않고, 부산 사투리나 한국의 최신 유행어까지 배우기도 한다. 일본인 도키와 미미(23)는 “한국 드라마는 로맨틱하고 한국어 말의 울림이 예뻐서 질리지 않는다”며 “치킨이나 부침개처럼 입맛에 잘 맞는 음식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 Z세대는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음악, 음식에 대한 애정이 많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란 이들은 캐릭터 굿즈나 옷을 사기 위해 자주 일본에 간다. 지난해 1~3월 일본에 간 한국 관광객 중에도 20대(전체의 30%)가 가장 많았다. 초밥 오마카세(셰프에게 온전히 맡기는 코스 요리)를 먹고 일본 료칸을 본뜬 숙소를 이용하는 등 한국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일본문화를 즐긴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뒤섞어 말하는 이른바 ‘한본어’(한국어의 ‘한’과 일본어의 ‘본’을 딴 신조어)가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 김은지(23)씨는 "어릴 때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을 봐와서 유명한 작품이 나오면 계속 보게 된다"며 "일본은 스트리트 패션 쪽이 강세여서 패션도 자주 찾아본다"고 말했다.
양국 Z세대의 차이도 있다. 정치·사회 문제 전반에 크게 관심이 없는 일본 Z세대는 한국 역사에 무관심하지만, 한국 Z세대는 과거사를 인정·사과하지 않는 일본 정부를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정서우(24)씨는 "일본문화에 관심이 큰 만큼 일본의 과거와 현재의 정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지인들이 많다"며 "일본문화를 좋아하는 것이 일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옹호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리적 국경이 사라진 문화 영토
일본이 무시 못하는 '큰 손' 한국
혐오 줄었지만, 역사도 잊힌다
갈등과 공존, 기로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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