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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퉁 부은 발목으로 매일 훈련장"...미국 체조 수니사 리, 희소 신장병 딛고 정상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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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목이 퉁퉁 부었지만, 매일 연습장으로 향했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 기계 체조 개인종합 금메달리스트인 미국 체조 국가대표 수니사 리가 희소 신장병을 극복하고 파리 올림픽에 나선다. 지난달 진행된 미국 대표팀 선발전에서 2위(111.675점)를 차지한 그는 '체조 전설' 시몬 바일스(117.225점)와 함께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수니사는 도쿄 올림픽 이후 희소 신장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2월 손, 발목, 다리를 비롯한 전신이 비정상적으로 붓기 시작해 체중이 18㎏이나 증가했다. 알레르기라고 생각했던 수니사는 붓기가 2주 동안 사라지지 않자 정밀 검사를 했고, 만성 신부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심지어 원인을 알 수 없는 두 가지 증상도 동시에 앓고 있어 치료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수니사는 최근 미국 NBC 투데이(TODAY)와의 인터뷰에서 "다리를 조금도 구부릴 수 없었고, 손가락을 꽉 쥐지도 못했다. 몸이 너무 아파서 체조를 그만두고 싶었다"며 당시 느꼈던 감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꼭 체조 선수를 해야겠다는 동기를 지키는 게 힘들었고, 스스로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떨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수니사는 가족, 동료들의 힘을 얻어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이전처럼 극심한 훈련을 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훈련장에 나갔고 물리치료를 받으며 건강 관리에도 힘썼다. 그는 "나를 응원해 주는 가족, 동료, 코치들이 있어서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었다. 운동 강도는 이전보다 훨씬 약했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갔다. 그 결과 올해 초부터는 정상적인 생활과 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니사는 인종차별의 표적이 돼 고통받기도 했다. 그는 중국과 라오스에 흩어져 사는 소수 민족인 몽족 출신으로 수니사의 가족도 베트남 전쟁 당시 라오스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때때로 지나가던 사람들은 수니사에게 '칭총'이라는 동양인 비하 발언을 한 뒤 "너희 나라에 돌아가라"고 외쳤다. 어느 날은 팔에 후추 스프레이를 뿌린 뒤 도망가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아시아계 혐오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는 더 심해졌다. 수니사는 "그들은 우리를 이유 없이 혐오한다"며 "우리가 그들이 말하는 것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수니사가 각종 시련을 이겨내고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는 아버지 존 리의 피나는 헌신이 있었다. 수니사의 어머니는 수니사가 두 살 때 남편과 이혼하고 존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존은 수니사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했다. 평균대를 사줄 수 없을 때는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들어줬다.
그러던 어느 날 존은 이웃의 일을 도와주다가 사다리에서 추락해 하반신 마비가 왔다. 이 사고는 수니사가 2019 전국 선수권 대회 출전을 며칠 앞뒀을 때 일어났고 슬픔에 빠진 수니사는 체조 선수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낙담한 수니사에게 존은 "열심히 훈련했으니 가 보라"고 말하며 수니사가 체조 선수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존은 도쿄 올림픽 당시 "수니사는 정말 끈기 있는 아이다.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무조건 해낼 것"이라며 수니사를 향한 두터운 신뢰를 보여줬다.
가족들의 응원으로 다시 일어선 수니사는 "내가 파리 올림픽에 나서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럽다"며 "오히려 지난 올림픽 때보다 컨디션이 더 나아졌다. 이번 시련을 통해 '내가 마음먹은 일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파리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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