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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인데 왜 태평양 수온↓?...오존구멍이 '용승현상' 부추겨

입력
2024.07.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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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규명해 국제학술지에 게재
엘리뇨·라니냐와 함께 오존홀이 바닷물 뒤집어

남극 오존홀의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 하강 효과 설명도. 극지연구소 제공

남극 오존홀의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 하강 효과 설명도. 극지연구소 제공

온실기체 배출량 증가로 지구의 평균온도가 빠르게 오르는 것과 달리 지난 수십 년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오히려 감소한 이유가 우리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26일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14년까지 관측된 태평양 수온은 적도를 중심으로 태평양 중∙동부에서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났고,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 인접 바다로 30여 년간 수온이 약 0.5도 낮아졌다.

지역에 따라 기후변화의 영향이 다르고 차가운 심층의 물이 표층으로 올라오는 용승현상 때문에 적도 동태평양의 수온 상승이 서태평양보다 느릴 수 있지만, 기존 기후모델은 지구온난화에 반하는 이런 수온 하강 경향성을 설명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극지연구소 김성중 박사 연구팀과 미국 해양대기국, 부산대학교, 한양대학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대규모 기후변화 실험 결과를 분석하고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 하강 경향의 주요 원인으로 자연 변동성을 지목했다.

자연에서 수십 년 주기로 나타나는 수온 변화가 온실기체 증가의 영향을 상쇄할 만큼 컸다는 것이다. 자연변동성은 인간 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시공간 규모의 해양과 대기의 변화를 말하며 대표적인 예로 엘니뇨·라니냐 현상을 들 수 있다.

연구팀은 자연변동성과 함께 기존 기후모델이 부정확했던 또 다른 이유로 남극 오존홀을 제시했다.

남극 성층권의 오존 농도가 감소하자 남극과 열대 태평양 사이에 위치한 고기압이 강해졌고, 열대 태평양의 무역풍이 덩달아 세지면서 동태평양의 수온 하강을 증폭하는 양의 되먹임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강력해진 무역풍이 바닷물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저위도에서 고위도 방향으로 이동시키면서 열대 동태평양의 용승 현상을 부추겨 동서간 해수면 온도차를 키웠고, 이는 다시 무역풍을 강화시키는 순환으로 이어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기후와 대기과학'에 7월 24일 게재됐다.

논문 1저자인 정의석 책임연구원은 “해수면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다른 냉각 효과들도 검토했지만, 동태평양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공간적 변화 양상과 그 변화폭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자연변동성과 남극 오존홀 효과였다”고 설명했다.

교신저자인 김성중 극지연구소 부소장은 "몬트리올의정서 발효 이후 남극 오존홀이 줄어드는 상황을 고려하면, 열대 동태평양 냉각 효과는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그러나 우리 삶 전반에 기후변화의 영향이 계속되는 만큼 대응과 예측을 위해 관련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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