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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쇼핑몰인 척 "아이스 팝니다"… 알고 보니 마약 파는 '한글 다크웹'

입력
2024.07.26 16:46
수정
2024.07.26 17: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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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온라인 마약 쇼핑몰 판매책 등 16명 기소
회원 4,000명 달해, "사이트 운영자 추적 중"
'암호화' 메시지로 소통… 가상 화폐로 결제

국내 유일 다크웹 마약류 매매 사이트에 판매상들이 게시한 광고. 서울중앙지검 제공

국내 유일 다크웹 마약류 매매 사이트에 판매상들이 게시한 광고. 서울중앙지검 제공

회원수만 4,000명에 달하는 국내 유일의 한글 '다크웹' 사이트를 통해 마약류를 매매한 판매상과 마약 공급책 등이 검찰에 적발됐다. 다크웹은 암호가 설정돼 있어 특수 경로로만 접근 가능한 웹사이트를 말한다. 일당들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처럼 꾸민 이 사이트에서 단속을 피하려 암호화한 메시지로 마약류를 간편하게 주문·배송 받고, 가상자산으로만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김보성 부장검사)은 2022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마약류 매매 전문 사이트에서 총 8억6,000만 원 상당의 대마, 합성 대마, 액상대마 카트리지 등을 유통한 판매상 6명과 공급책 2명, 드로퍼(dropper·비대면 전달책) 5명 등 16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26일 밝혔다. 이 중 12명은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마약 사범들은 다크웹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버젓이 한국어로 운영된 사이트에선 마약 판매상과 구매자 간 온라인 거래가 중개됐다. 판매상들은 등록비 150만 원을 사이트 운영자에게 지불하고 등록한 뒤 사이트에 마약 판매 광고를 게시했다. 광고를 보고 마약류를 구매하면 판매상들은 미리 마약류를 은닉해 둔 장소를 알려주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전달했다. 사이트 운영자는 주문·결제 내역을 판매상에게 전달하고, 거래 대금을 판매상들에게 정산해줬다. 건당 약 20%의 중개 수수료를 챙겼다고 한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모든 소통은 '암호화 메시지'로 이뤄졌고, 거래는 가상자산으로만 했다. 다크웹은 인터넷 주소(IP) 추적이 까다로운 데다가, 운영자·판매상·구매자 간 직접적인 거래·통화 내역도 존재하지 않아 범인들을 특정하기가 어려웠다. 중앙지검 '다크웹 전문수사팀'은 10개월에 걸쳐 다각도로 증거를 수집해 판매상들을 먼저 추적·검거한 뒤, 이들이 구매자에게 찍어준 '마약류 은닉 좌표'를 따라 드로퍼를 검거했다. 가상자산 거래 내역을 분석해 판매그룹별 마약류 판매 내역과 마약류 밀수 내역 등도 특정했다. 이들은 최근 2년간 759차례에 걸쳐 마약류를 거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보성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다크웹 마약류 판매상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보성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다크웹 마약류 판매상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통된 마약류는 해외에서 건너온 것도, 자체 생산된 것도 있었다. 판매상들은 공급책으로부터 제공받은 것 외에도 총 9억 원 상당의 마약류를 밀수하고, 자택에서 직접 대마초를 재배하거나 액상 대마를 제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이번에 압수한 마약류만 대마, 코카인, 케타민, 사일로신(환각버섯에 함유된 마약 성분) 초콜릿 등 총 10억5,800만 원어치에 이른다. 지금까지 덜미가 잡힌 판매상들은 대부분 20, 30대로, 주로 마약 전과가 없는 초범으로 파악됐다.

수사 이후 해당 사이트의 일일 방문자는 30여 명 수준으로, 활동하는 판매그룹은 4개로 크게 줄었다고 한다. 다만 수사팀은 사이트 운영자에 대해서는 추적을 이어가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끝까지 추적해 서버를 압수하고 사이트 자체를 폐쇄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다시 마약청정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검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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