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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는 병원 소유 아닌 공적 재원… 일반의·전문의 수련 이원화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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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의대 증원을 발표하며 의료개혁 기치를 올린 지 6개월. 의대 정원이 내년부터 대폭 늘어나 의사 인력 부족 해소의 전기가 마련됐지만, 전공의와 의대생의 이탈로 촉발된 의료공백은 의료체계를 보다 지속가능하도록 개혁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내외 의료현장 취재와 전문가 자문을 통해 의료개혁 성공 조건과 보완 과제를 점검한다.
전공의 이탈 장기화에 따른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의료전달체계 혁신 움직임과 맞물려 전공의 수련 제도 개편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병원은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하고 전공의는 피교육생 신분에 맞게 수련에 집중하도록 국가 투자를 강화한다는 대원칙 아래 업무 부담 완화, 수련 프로그램 내실화 등이 과제로 제시됐다. 의료계는 현장에서 체감할 만한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전공의를 병원 소유물이 아닌 공적 재원으로 여기는 인식 전환과 재정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전공의 수련 혁신안 중 하나로 ‘네트워크 수련’ 도입을 제시했다.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뿐 아니라 지역의료, 전문진료, 공공의료, 일차의료 등 다양한 진료 환경을 경험하면서 역량을 쌓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도 종합적 수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았다. 상급병원과 중소병원은 제각각 환자군도 다르고 진료 내용도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상급종합병원에서 외과 수련을 받을 경우 암 수술 같은 고난도 의료를 중점적으로 익히게 되지만, 정작 수련을 마치고 지역사회로 나온 뒤에는 치질, 맹장, 탈장 환자를 더 많이 접하게 된다.
실제로 전문의 절반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22년 상반기 기준 전문의 9만3,399명 가운데 의원급 근무 비율이 47.3%(4만4,139명)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종합병원 19.3%(1만8,058명), 상급종합병원 15%(1만4,041명), 병원 11%(1만267명) 순이었다. 전문의 자격 취득 뒤 모두가 대학병원에 남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전공의 수련은 여전히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의료공백 사태 이전까지 5대 상급종합병원(빅5)을 포함한 주요 100개 병원에 전체 전공의의 95%가 소속돼 있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지역사회에서 췌장암 환자를 치료할 일은 거의 없다”며 “권역별로 1, 2, 3차 병원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지역에서 필요한 인재를 함께 양성하는 공동 수련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처럼 전공의가 특정 병원에 소속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국가 자산이자 공적 재원으로서 지위를 갖도록 다른 체계가 고안돼야 하고 정부가 국가 재정을 투입해 전공의 교육 수련을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련 과정 이원화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행 세부 진료과목별 전문가 과정과 분리해 일차의료 전문가 과정을 별도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만성질환 관련 의료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일차의료 전문가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유럽만 해도 일차의료 수련 과정이 운영되는데, 한국에선 가정의학과 전문의마저 대학병원에서 길러진다. 임준 인하대병원 예방관리과 교수는 “일차의료는 지역사회 주민들의 생활과 건강, 질병을 포괄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환자와의 신뢰 관계, 신속한 진단과 분류 등 전인적 문제 해결 역량이 중요하다”며 “대학병원 전공의 수련 과정과는 다른, 지역사회에 기반한 수련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변화는 시작됐다. 정부는 전국 44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 상한을 최대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을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올해 안에 전공의 수련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수련 비용 지원 등 재정 지원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조 원장은 “‘주 80시간 36시간 연속근무’로 대표되는 전공의들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 유지 의료체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전공의 수련 환경을 개선해 우수한 전문의를 양성하는 것이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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