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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와 ‘그림자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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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내 돈 돌려줘.’ 제때 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킨 기업에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흐르면서 경찰이 출동했고, 기업 대표는 뒤늦게 현장에 나타나 환불을 약속하며 고개를 숙였다. 몰려든 사람들은 밤새 줄을 서 돈을 돌려받았지만, 사태는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일지 모른다.” 금융회사 파산 직전 장면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 걱정 없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던 ‘e커머스’ 업체 위메프에서 벌어진 심야 소동이다.
□정산 지연으로 시작된 티몬·위메프 사태 흐름이 금융사 ‘뱅크 런’(대규모 예금 인출)과 비슷한 이유는 티몬·위메프 영업 행태의 본질이 유통업보다는 금융업 같기 때문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이용자가 869만 명에 달하고 월 거래액이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소비자가 지불한 돈을 티몬은 40일, 위메프는 두 달 내에 6만이 넘는 판매자에게 정산해 왔다. 티몬·위메프를 소유한 큐텐은 1조 원이 넘는 돈을 제멋대로 굴리는 ‘비인가 투자사’인 셈이다.
□큐텐을 유통사가 아니라 투자사로 본다면, 왜 연간 1,000억 원대 적자 기업 큐텐이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AK몰 등 국내 e커머스 업체를 잇달아 인수했는지 파악할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싸고 좋은 상품 생산자를 찾아 소비자에게 연결하려는 노력보다는 투자 자금 규모를 키우기 위해 e커머스 업체 이용자 풀을 늘리는 데만 관심이 컸을지 모른다. 그러다 결국 정산할 돈이 부족해지자, 상품권 할인 판매까지 손을 댔을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급증하는 ‘그림자 금융’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그림자 금융이란 은행 등과 달리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이나 상품으로, 요즘 부실 우려가 큰 부동산 PF가 그 예다. 국내 그림자 금융 규모는 지난해 말 926조 원으로 10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 기법 발달 등으로 규제를 회피하는 그림자 금융 증가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이제 e커머스도 소비자 보호와 함께 금융 차원에서 관리 감독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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