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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자도 보이스피싱 유령업체도 받았다...'3.2조' 줄줄 샌 정부 코로나 지원금

입력
2024.07.25 13:13
수정
2024.07.25 13:5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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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소상공인 등 지원사업 추진실태' 보고서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1년 4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식당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1년 4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식당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감사원이 코로나19 유행 당시 소상공인에게 준 정부 지원금 약 3조2,000억 원이 잘못 지급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지원 대상자 중에는 태양광 등 코로나19 피해와 무관한 사업자, 이미 휴업이나 폐업을 한 사업자, 보이스피싱 등 범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감사원은 25일 공개한 '소상공인 등 지원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취지에 어긋난 지원액 3조1,200억 원 △요건에 맞지 않는 지원액 1,102억 원 △부정수급 21억 원 등 총 3조 2,323억 원이 과잉지급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22년, 소상공인들에게 11차례에 걸쳐 61조4,000억 원에 달하는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금을 지급했다. 방역 지침 강화로 영업 시간 및 인원 제한 등으로 식당·카페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 제도를 허술하게 설계한 탓에 마구잡이식 지원이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1~4차 지원금 16조 원의 지급 대상자 선별 업무를 임용된 지 1년 정도 된 직원 한 명에게 모두 떠맡기는 식이었다.

그 결과 피해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업자에게 3,007억 원이 지급됐고, 피해 규모 이상으로 지원을 받은 금액도 2조6,847억 원에 달했다. 태양광 사업자 등 코로나19 피해와 무관한 사업자에게 1,205억 원을 지원했는가 하면, 면허 양도 등으로 영업이 불가능한 사업자에게도 110억 원을 지급했다. 태양광 사업자들은 코로나19 유행 이전 한국전력 등과 전력 판매 계약을 이미 체결해, 코로나19 피해가 없는 대표적 업종이었다. 이런 식으로 어부지리로 지원금을 받은 사업자만 55만8,000곳에 달했다.

중기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검증·사후 관리도 부실했다. 방역조치를 위반한 사업자에게 121억 원이 지원됐고, 폐업을 했거나 매출액이 0원인 사실상 휴·폐업 사업자 4만여 곳에 546억 원이 전해졌음에도 수수방관했다. 1만5,400여 곳은 두 가지 이상의 지원금을 중복해서 받았는데, 이들이 더 받은 금액만 300억 원에 달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을 속이고 부당하게 지원금을 받은 사업자도 321곳이나 파악됐는데, 이 중엔 보이스피싱, 대포통장 개설을 위해 만들어진 유령 법인도 있었다. 담당자의 단순 업무실수로 오지급된 금액만 135억 원에 이르렀다.

감사원은 "당시 사회적 재난 시기였다는 특수성을 고려해 담당 공직자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며 감사 결과를 정책 참고 자료로 활용하라고 중기부 등에 통보했다. 또한 잘못 지급된 3조 원 가량의 지원금 역시 대부분 회수가 어렵지만, 위법·부당한 방법으로 지원금을 받은 업체의 경우 어느 정도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들 업체를 고발·환수 조치하라고도 요청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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