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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 아닌 스쿼드의 안보협력

입력
2024.07.26 04:30
27면

동남아·오세아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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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미국과 일본, 호주, 필리핀이 4월 7일 남중국해에서 해·공군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서 진행된 이날 훈련은 최근 필리핀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인근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 연합뉴스

미국과 일본, 호주, 필리핀이 4월 7일 남중국해에서 해·공군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서 진행된 이날 훈련은 최근 필리핀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인근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 연합뉴스

'쿼드(QUAD)'는 미국-호주-일본-인도 간 안보협력을 지칭한다. 2007년 미국과 일본 주도로 시작했으나, 중국의 부정적 인식을 의식한 호주와 인도의 이탈로 1년도 안 돼 좌초됐다. 그러나 2017년 11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주도로 부활했고,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의 대표적인 미국 주도 소다자 협의체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최근 '스쿼드(S-QUAD)'가 부상하고 있다. 미국-호주-일본-필리핀 간 안보협력으로, 인도가 아닌 필리핀이 포함돼 있다. 'S'는 'Security(안보)'의 첫 글자인데, 4국이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비전통 안보를 넘어 전통 안보 영역에서도 협력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스쿼드는 미국과 필리핀의 양자 안보협력 증진에서 출발했다. 2023년 2월에 필리핀이 기존 5곳에 더해 군사기지 4곳을 미국에 추가 제공했는데, 이 중 3곳은 대만과 가깝다. 대만 사태에 대비한 거점을 확보하게 된 미국은 필리핀과의 해양 순찰을 6년 만에 재개하며 화답했다. 일본과 호주도 미국과 필리핀의 군사훈련과 공동 해양순찰에 합류했다. 스쿼드 국가 간 양자, 3자, 4자 군사훈련과 공동해양 순찰이 수행되는 가운데, 올해 4월 12일에는 미국, 일본, 필리핀이 최초로 3국 정상회담을 개최했고, 7월 8일에는 일본과 필리핀이 양국 군대의 '상호접근협정'을 체결했다.

기존의 쿼드도 중국을 염두에 둔 안보 협의체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미국, 일본, 호주와 달리 인도는 쿼드가 대중 봉쇄 기제로 인식되는 것에 부담이 있다. 따라서 쿼드가 중국 견제 수단이더라도 2007년 좌초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4국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중국 견제의 색채를 가능한 한 옅게 하고, 다양한 비전통 안보 이슈를 중심으로 쿼드와 '쿼드 플러스'를 전개해 왔다. 하지만 스쿼드는 쿼드와는 달리 명시적으로 중국에 대항한 해양안보 협력을 추동하고 있다.

스쿼드 4국은 그들의 안보협력을 스쿼드로 지칭하지 않고, 아직 4국 간 공식 협의체도 없다. 하지만, 필리핀 주변 해역에서의 해양 안보가 중국과 역내 국가와의 남중국해 분쟁과 중국과 대만의 양안 분쟁에 연관된다는 점에서 4국은 스쿼드를 공식화하고 점증적으로 제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예측이나 비난처럼, 미국이 인·태지역에서 유럽의 나토와 같은 집단 방위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면 스쿼드가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스쿼드의 전개가 역내 안보 질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박재적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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